‘공천헌금’ 의혹 22일만에 첫 경찰 출석
“성실히 조사”… 폰 비번 제공은 거부
김경 “하얏트 카페서 직접 전달” 진술
여권 관계자 “姜, 김경과 첫 만남서… ‘형편이 어렵다고 말했다’고 해”
김경-보좌관과 대질신문도 검토
‘1억 공천 헌금’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강선우 의원이 20일 뇌물 혐의 피의자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며 차에서 내리고 있다. 그는 “저는 제 삶의 원칙이 있고 이를 지키며 살아왔다”고 말한 뒤 “공천 헌금을 받았느냐” 등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억 원 공천 헌금’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강선우 의원이 20일 뇌물 수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지난해 12월 29일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지 22일 만이다. 그는 “원칙을 지키며 살아왔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경찰은 “강 의원 측이 ‘한 장(1억 원)’을 먼저 요구했고 돈을 강 의원에게 직접 줬다”는 관련자 진술에 따라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있다.
● ‘2022년 카페 회동’ 당시 상황 추궁
강 의원은 이날 오전 8시 57분 서울 마포구 광역수사단에 검은색 카니발 차량을 타고 도착했다. 검정 코트 차림의 강 의원은 취재진 앞에서 “저는 제 삶의 원칙이 있고 이를 지키며 살아 왔다”며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천 헌금 1억 원을 받았느냐” “김경 서울시의원에게 공천을 줬느냐” 등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강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4월경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을 맡아 같은 지역구(서울 강서구) 출마자인 김 시의원으로부터 공천 대가로 1억 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혐의를 받는다. 강 의원은 “전직 사무국장 남모 씨로부터 보고받기 전에는 1억 원 수수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의혹 제기 이후 첫 일성으로 “원칙을 지켰다”는 강 의원의 주장과 달리 그가 2022년 민주당 시의원 공천 전후 과정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억 원의 행방과 관련해 김 시의원은 경찰에 “강 의원을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 1층 카페에서 만나 직접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자리에 있었던 남 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자리를 비워 돈이 오가는 줄 몰랐고 강 의원의 지시로 봉투를 차에 실었을 뿐 내용물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가 금품을 요구했는지도 쟁점이다. 강 의원은 “(금품 수수를) 지시하거나 요구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시의원은 “남 씨가 먼저 ‘한 장’을 언급하며 돈을 요구해 1000만 원으로 생각했는데, 이후 남 씨가 ‘1억 원’으로 명확히 요구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씨는 이를 부인했지만 여권 관계자는 “강 의원이 김 시의원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형편이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강 의원이 1억 원을 전세금에 보탰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금품이 오간 것으로 지목된 ‘2022년 카페 회동’을 재구성해 강 의원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강 의원이 김 시의원과 실제 만났는지, 구체적인 요구가 있었는지 등과 반환 과정 등을 캐물었다고 한다.
● “수사 협조”… 아이폰 비번은 함구
자신은 김 시의원의 공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강 의원의 해명은 이미 민주당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시의원 등) 3명의 후보가 모두 컷오프된 상태였다”며 “결정을 못 하고 시간에 내몰려 지역위원장(강 의원)의 의견을 듣고 단수공천 하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했다. 민주당이 경찰 수사와 상관없이 강 의원을 제명한 것도 김 시의원의 공천에 강 의원이 관여한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천에 관여한 다른 여권 관계자도 “다주택자에 해당하는 김 시의원을 컷오프하고 다른 후보를 재공모하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뒤집혔다”고 전했다. 경찰은 당시 공관위 회의 녹취록을 확보해 강 의원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강 의원의 발언과 달리 그는 11일 압수수색 당시 아이폰을 제출하면서 비밀번호 제공은 거부했다. 4년 전 발생한 사건의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물증 제출을 거부한 것이다.
강 의원은 이날 조사에서 ‘대가성 금품 수수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시의원 등 당사자와의 대질신문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강 의원과 김 시의원 사이에 1억 원이 오간 상황을 알고 있었고, 2022년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로 실무를 총괄한 김병기 전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출석 조사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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