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낙제점’ 57개 앱 퇴출 권고
‘고령 안심서비스’ 등 수년간 방치돼
607개 앱 조사, 9.4%가 폐기 대상
연간 순수 관리 비용만 7억 아낄듯
ⓒ뉴시스
지난해 충남 예산군의 ‘예산군 안심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은 사람은 단 두 명이었다. 최근 3년간 다운로드 횟수를 모두 합쳐도 네 차례에 그쳤다.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노인이 일정 시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녀 등 지정한 보호자에게 알림을 보내는 취지로 개발됐지만, 사실상 담당 공무원 외에는 이용자가 없는 셈이다.
11만 명이 내려받은 ‘울산버스정보’ 앱 리뷰는 ‘악플 일색’이다. “종점에서 출발도 하지 않은 버스가 ‘8분 뒤 도착’으로 표시된다”거나 “버스 시간표조차 보기 어렵다. 세금을 어디에 쓴 것이냐”는 혹평이 이어진다. 이 앱의 평점은 5점 만점에 2.8점에 그쳤다.
이처럼 부실한 기능과 콘텐츠로 예산을 낭비하는 앱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폐기 권고에 나섰다. 31일 행안부는 607개의 공공 앱을 대상으로 운영 성과 평가를 한 결과 전체 9.4%인 57개의 앱 운영 기관에 폐기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연간 다운로드 횟수와 업데이트 빈도, 사용자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예산군 안심서비스를 비롯해 경북 고령군의 ‘고령 안심서비스’, 광주 남구의 ‘으뜸 효남구 안심동행’, 충북 괴산 콜택시 기사용 앱 등 6개 앱은 지난해 연간 다운로드 횟수가 채 10회에 못 미쳤다. 고령 안심서비스와 으뜸 효남구 안심동행은 최근 업데이트 시점이 2021년이었다.
행안부는 이 57개 앱을 폐기할 경우 연간 관리 비용만 7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순수 관리비만 따진 수치로, 개발비까지 포함하면 절감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앱 하나를 유지하는 데만 연간 900만 원가량의 유지·보수비가 든다”고 했다. 이처럼 부실한 공공 앱이 난립하는 배경으로 지자체들이 디지털 행정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일단 앱부터 내놓지만 관리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범용 앱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지자체의 성과를 위해 개별 앱을 제작하며 예산을 소모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전남 광양시 관계자는 “2021년 시 차원에서 ‘내 손안 안심벨’ 앱을 출시했지만, 행안부의 ‘긴급신고 바로 앱’ 출시 이후 이용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앱 개발 전 기존 범용 앱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담당 인력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장 교체와 잦은 인사 이동으로 앱 운영의 연속성이 끊기기 쉬운 만큼 전담자를 지정하는 등 책임 있는 관리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도 “공공 앱은 꾸준한 점검과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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