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측 “문제 행동이 사건의 시발점…맥락 보도할 수밖에”
인권위 “특정 행동만 부각하는 자막 방송한 건 장애인 차별”
웹툰작가 주호민이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주호민 아들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가 1심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유예를 받았다. 2024.2.1/뉴스1
웹툰 작가 주호민의 아들의 문제 행동을 보도한 방송사의 행위가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30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10일 A 방송사 대표이사에게 방송 프로그램에서 발달장애아동 관련 보도를 다룰 때 발달장애 아동의 인권이 최대한 보호되도록 신중히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주 씨는 A 방송사가 아들의 특정 행동을 부각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 선정적인 내용으로 보도한 것은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조장하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주 씨는 지난해 2월 한 인터뷰에서 해당 보도를 언급하며 “‘주호민 아들 여학생 앞에서 바지 내려’라는 자막이 나오는데, 옆에선 수화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아홉 살짜리 장애 아동의 행동을 그렇게 보도하면서 옆에서는 장애인을 배려하는 수화가 나오는, 아이러니의 극치라고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A 방송사는 해당 사안은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인용한 자막을 방송 내용 중 잠깐 노출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주 씨 아들의 문제행동이 이 사건의 시발점이었으므로 시청자에게 사건 맥락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보도 내용에 특정 행동을 포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시청자의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살피는 것은 사회적 파급력이 중대한 언론이 사회적 약자에 관하여 견지해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의무라고 보았다.
아울러 발달장애 아동의 행동을 유발하게 된 동기나 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 행동만을 부각하는 자막을 방송한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용 보도 관행으로 인해 최초 보도한 내용이 무한 재생돼 보도의 자극성이 증폭되는 문제도 지적됐다.
인권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장애인학대보도 권고기준 및 준수협조 요청이 발달장애 아동 관련 언론보도에 적용되도록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앞서 주 씨의 아들은 2022년 9월 초 통합학급에서 수업을 받던 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행동을 해 특수학급으로 옮겨졌다. 주 씨 측에 따르면 특수학급 교사는 특수학급 교실에서 나가려는 주 씨의 아들을 향해 “너 (일반) 교실에 못 가”, “친구들 얼굴도 못 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씨는 특수학급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고, 1심 재판부는 주 씨가 몰래 녹음한 파일을 증거로 인정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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