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18일 낮 12시 50분경 합동추모식 마지막 순서로 사고수습에 참여한 소방관, 경찰관, 자원봉사자 등 모든 분야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무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아내가 끝까지 딸을 품안에 안고 있었는데 고마움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18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추모식. 부인과 딸을 잃은 김성철 씨가 떨리는 손으로 추모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아내와 딸은 끝까지 함께 있었습니다. 하늘나라에서도 떨어지지 말고 지내다 (내가) 갈 때 같이 와줘”라며 흐느꼈다. 이어 김 씨는 “앞으로 사회봉사를 하려 한다. 갚으며 살아가겠다”며 사고 수습 관계자들에 대한 감사함도 밝혔다.
김 씨의 뒤를 이어 이번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딸 2명이 추모편지를 낭독하자 추모식장은 끝내 눈물바다가 됐다. 희생자 김영준 씨의 딸 다혜 씨는 “아빠는 단순한 아버지가 아닌 친구이자 멘토였어요. 아빠의 딸로 태어나서 정말 행복했어요”라며 “당신과 했던 모든 순간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희생자 윤석호 씨의 딸 나리 씨도 “지난 2주가 꿈처럼 지나간 것 같아요. 지금도 아빠라고 불러주면 대답해주실 것 같은데, 이제 어디에서도 아빠 목소리를 들을 수 없네요”라며 “사람들이 아빠 사진이 다 멋지대요. 떠나는 그날까지 제일 멋진 아빠였어요. 사랑해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합동추모식은 유가족 700여 명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전 10시부터 110분 동안 진행됐다.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공연인 진도 씻김굿으로 시작된 추모식은 국민의례와 희생자들의 묵념, 헌화, 분향 순으로 진행됐고, 유가족들의 추모편지 낭독으로 이어졌다. 헌화식에선 희생자 179명의 이름과 공항 계단에 남겨진 추모 메시지를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으로 송출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추모식 중 희생자들의 생전 영상이 나오자 참석자들의 눈시울은 다시 불거지기 시작해 이내 다시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사고 수습에 혼신을 다한 경찰관과 소방관, 자원봉사자, 장례지도사 등이 제작한 애도 영상도 재생됐다. 그러자 유가족 대표들은 추모식 마지막에 앞으로 나와 고개를 깍듯이 숙이며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추모식이 끝난 후 유가족들은 무안공항 활주로로 이동해 사고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희생자들을 떠나보냈다.
박한신 유가족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참사로 소중한 가족, 이웃을 잃었다. 휴대전화에는 희생자들의 전화번호가 남아있지만 우리 곁에 없고 꿈도 멈췄다”며 “사고 원인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밝혀내 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모식에 참석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민의 일상과 안전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라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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