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의 호소…“갈등으로 희생될 하찮은 목숨 아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5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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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환자침대. 뉴시스
빈 환자침대. 뉴시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국 의대 교수들이 예고한 대로 25일부터 일괄 사직서를 제출하자 환자단체가 “우리의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희생돼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로 구성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오후 성명서를 내고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죽어 나가는 상황이 돼서야 이 비상식적인 사태의 종지부를 찍을 셈이냐”며 이같이 전했다. 지난달 20일부터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전공의 이탈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나자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연합회는 백혈병 환자의 골수검사 취소 등 31건의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공고 항암 치료가 연기되는 사이 암세포가 재발한 백혈병 환자는 다시 암세포를 없애는 치료를 두 달간 받아야 한다며 제때 치료를 받았다면 재발까지는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상황이 너무 원망스럽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백혈병·혈액암 환자의 골수검사, 심장질환 환자의 수술이 연기됐다고도 전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으로 의료 공백이 본격화하면서 환자들은 자신들의 불안과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회는 “교수마저 병원을 떠난다면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더는 보장받기 어려워지고 그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라며 “정부와 의료계 양측이 각자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가 아닌 환자 중심의 의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에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화 제의에도 전국 의대 교수들은 25일 집단 사직서 제출에 나섰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은 이날 입장문에서 “입학정원과 정원배정 철회가 없는 한 이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고 밝혔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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