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앞두고 새로운 일자리가 찾아왔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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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재취업 돕는 ‘서울런4050’
인턴십 기회-직무 교육 등 제공
채용 기업에도 인건비 지원
“경험 풍부한 중장년에게 기회를”

14일 서울 금천구에 있는 사회적 기업 에스에스엠엠(SSMM)에서 만난 원덕환 씨(60)가 자신의 직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조기 은퇴, 경력 단절 등을 겪은 중장년층이 경력과 노하우를 살려 재취업할 수 있도록 ‘서울런4050’을 
운영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4일 서울 금천구에 있는 사회적 기업 에스에스엠엠(SSMM)에서 만난 원덕환 씨(60)가 자신의 직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조기 은퇴, 경력 단절 등을 겪은 중장년층이 경력과 노하우를 살려 재취업할 수 있도록 ‘서울런4050’을 운영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학원을 접고 나서 인생에 새 기회가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

14일 서울 금천구의 인공지능(AI) 전문 사회적기업 에스에스엠엠(SSMM) 본사에서 만난 원덕환 씨(60)는 이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30년 넘게 서울 강남구 대치동, 경기 용인시 등에서 수학 학원을 운영해 온 원 씨는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학원 문을 닫아야 했다. 환갑을 목전에 두고 있던 당시 막막하기만 했던 그에게 지난해 6월 제2의 기회가 찾아왔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운영하는 ‘중장년 인턴십’ 프로그램을 알게 된 것.

원 씨는 프로그램을 거쳐 현재는 SSMM의 AI팀에서 데이터 라벨링 교육을 담당하게 됐다. 그는 “평생 수학을 포기하려는 학생들에게 강의를 해왔으니 가르치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 중장년에게 재취업 길 열어줘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런4050’은 직무 교육, 인턴십 기회 등을 제공해 수십 년간의 업무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40∼64세 중장년층이 다시금 새로운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해 여름 원 씨는 중장년 인턴십에 지원했고 약 두 달간의 수습 교육을 거친 뒤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첫 2개월 동안 그는 컴퓨터 단축키 사용부터 AI 전문 용어, 프로그램 운영 방법 등을 처음부터 새로 배웠다. 원 씨는 입사 후 본인이 만든 공부 노트 2권을 펼쳐보이며 “원래 나는 컴퓨터로 검색만 할 줄 알았는데 AI는 완전 새로운 영역이다 보니 매일 회사에 남아서 유튜브를 찾아보며 혼자 추가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인턴으로 시작했지만 원 씨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지난달 말 부장으로 승진하기까지 했다. 이제 계약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AI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가르치는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원 씨는 “중장년층이 재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렇게 다시 도전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20년 넘게 디스플레이 엔지니어로 일하다 회사 구조조정으로 갈 곳을 잃었던 김유진 씨(56) 역시 지난해 서울런4050에서 직무 교육을 받고 여행사에 재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김 씨는 “40, 50대에 접어든 뒤에 갑자기 직업을 잃게되면 사회에서 고립되기 마련”이라며 “경력 단절이 예상치 않게 찾아오는데 이렇게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재취업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채용 기업에도 인건비 270만 원 지원


재단은 올해 중장년을 위한 인턴십 기회, 직무 교육을 더욱 확대해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해 인턴십 기회를 412명에게 제공했는데 올해는 450명으로 규모를 늘렸다. 이 중 125명은 풀타임으로 근무할 수 있다. 인턴십 참여자들은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고 4대 보험에도 가입된다. 채용 기업에는 1인당 최대 270만 원의 인건비를 지원한다.

직무 교육 역시 확대한다. 재단은 지난해 ‘서울런4050’을 통해 6055명에게 직업역량·디지털 전환교육을 제공했다. 올해는 ‘4050 직무훈련’을 신설해 웨딩플래너, 역사문화체험강사, 병원행정사무원 등 직업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자격증 취득을 돕는다.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은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4050세대들이 조기 은퇴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런4050은 제2의 삶을 준비할 수 있게 돕는 곳”이라며 “올해 취업설명회, 기업과의 연계 등을 강화할 예정이라 많은 중장년층이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중장년#재취업#서울런4050#ss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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