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개미, 판다, 비버 그리고 여의도 신사들… [일주일 사진 정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9일 1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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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주 차 일사정리(일주일 사진 정리)



● 빈대… “로봇과 빈대 그리고 사람, 누가 지구에서 가장 오래 남을까?”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시행에 따라 17일부터 실외 로봇 배달, 순찰 등이 허용됐다. 사진= 뉴시스

여러 종류의 스타워즈 드로이드
여러 종류의 스타워즈 드로이드
빈대와 로봇,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지난주 뉴스에 거론 된 주인공들입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경찰청은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을 실행, 이르면 연말부터 거리에서 배달하는 로봇이 보일 것 같습니다. SF 시리즈 스타워즈의 한 장면 처럼 수많은 종류의 ‘드로이드’ 들이 사람들과 거리를 걷는 모습이 멀지 않은 미래 영화가 아닌 현실이 될 듯 합니다. 이렇듯 로봇공학과 AI는 무서운 기세로 진화 하고 있습니다. 주문은 키오스트로 서빙이나 배달은 로봇이 하니 사람들의 일자리는 계속 없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스타워즈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이 미래 도시 지하 어두운 곳에 거주하는 수많은 빈민종족들의 모습인데 이마저도 미래 어느날 현실이 되어 로봇을 조종하는 소수의 인간과 로봇에 기름칠 해주며 살아야 할 다수의 인간들이 도래하는 것 아닌지 암울한 상상도 듭니다. 아무튼 이번에 밖으로 나오는 로봇들은 ‘보행 면허’만 받았기에 무단횡단을 하면 3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되고 차도로 다니는 것도 불법이며 사업자는 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한다고 합니다. 행여나 거리에서 로봇을 만나면 신기하다고 붙잡고 인증샷 찍다가 그들의? 업무에 방해를 주면 그것도 소송감이 될 수 있으니 만나더라도 무심히 지나치시길 권유 드립니다.

1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환승 라운지에서 관계자들이 빈대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신원건 기자
로봇으로 인한 미래의 암울한 걱정보다는 당장 발밑에 빈대가 더 걱정입니다. KTX에서 빈대를 봤다는 목격담이 나오며 한때 대중교통 이용객들이 앉기를 포기하는 현상도 있었습니다. 빈대 출몰 기사를 모아 통계 내는 ‘빈대 보드(bedbug board)’라는 싸이트도 생겼습니다. 빈대로 인해 산업계도 희비가 교차하는데 고온에 약하다는 특성에 스팀 가전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졌고 침구 청소기와 빈대 퇴치제 매출도 늘었습니다. 반대로 물류와 숙박업계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한 마리라도 나왔다가는 문 닫아야 할 분위기 때문입니다. 중고 시장으로 유명한 서울 동묘 중고 시장 또한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1970년대 이후 살충제 보급이 보편화되면서 국내에선 자취를 감췄던 빈대, 최근 내성을 키워 2006년부터 꾸준히 발견되더니 올해를 지구 침공의 해로 잡았는지 대한민국 전국을 습격하고 있고 내년 올림픽을 앞둔 프랑스도 빈대 비상이라고 합니다. 로봇이 거리에서 배달까지 하는 시대에 빈대가 문명의 ‘빈 데’를 찾았는지 빈대와의 전쟁은 연말에도 계속될 모양새입니다.

●개미… 개인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격언 “참자, 천천히, 간단히”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자리에 ‘참자, 천천히, 간단히’라고 적힌 메모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뉴스1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해야 이익을 낼 수 있기에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는 의심을 받아왔고 올해 5만 명이 넘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이 국회에 ‘공매도 제도 개선 청원’을 내기도 했습니다. 공매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까지 세 차례 걸쳐 일시적으로 전면 금지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가 그만한 경제위기 상황이 아닌데 정부가 공매도 전면 금지 카드를 꺼낸 것은 총선을 앞둔 ‘표퓰리즘’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한 주가의 거품을 제거해 적정한 가격을 유도하는 공매도의 순기능도 있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공매도 전면 금지는 지난 6일 강행 되었습니다.

시행 첫날 코스피는 역대 최대 상승치를 기록했고 개미들은 환호했습니다. 다음날은 정반대로 폭락했습니다. 하루는 폭등, 하루는 폭락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 효력 정지)가 발동됐습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간 국내 증시는 이후 오르락내리락 변동성이 큰 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안정세를 찾으며 우상향의 자세를 잡고 있는데 이유는 10월 미국 소비자물가(CPI)가 월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분위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빠르면 내년 3월부터 미국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를 반영한 듯 국내외 금융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는데 아직 주요 금융사의 전망이 엇갈리고 중동과 유럽에서 벌어진 두 개의 전쟁 도 변수로 남아있습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을 보며 입증 된것은 주가 상승에 공매도 보다는 미국의 물가나 금리가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미국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쓸슬한 사실도 부가로 코스피와 환율 수치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진= 뉴시스
소개하는 사진은 1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자리 앞 메모 사진입니다. 메모에는 “참자, 천천히, 간단히”라고 적혀 있는데 여야 의원들의 질의를 앞두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적어둔 것으로 보입니다. 주식 투자하는 분들에게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 말이고 인생의 격언으로 충분한 내용 같습니다.

●판다… “판다는 안 판다, 단지 대여할 뿐”

사진 =뉴시스
사진 =뉴시스

“얼마 전 워싱턴 국립동물원의 자이언트 판다 3마리가 중국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을 비롯한 많은 미국인이 배웅하기 위해 동물원에 갔다고 들었고, 판다가 다시 미국에 오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중 관계의 문은 닫힐 수 없다.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될 준비가 돼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지난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바이든과 시진핑 두 정상이 4시간에 걸친 회담을 가졌습니다. 12년 전 두 정상이 ‘2인자’ 시절에 처음 만났던 추억을 이야기하고 산책을 같이하는 등 친밀한 대화가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이나 공동성명은 없었고 보도자료를 통해 군사 소통 채널 복원과 펜타닐 단속, 인공지능(AI) 규제 대화, 미·중 교류 확대 등 4개 분야 합의만 발표했습니다. 대만 관련과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며 입장 차만 보였습니다. 위에 소개한 말은 회담 뒤 시 주석이 미 투자사, 주요 기업 경영자들과 만찬을 가진 자리에서 언급한 내용입니다. 시 주석은 미·중 관계 개선의 상징인 판다를 언급하며 최근 몇 년간 미국을 향해 했던 연설 중 가장 친근하고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독일 베를린 동물원 생일 잔치 중인 판다. 베를린=AP/뉴시스

푸짐한 생일상 받은 말레이시아 판다. 쿠알라룸푸르=AP/뉴시스
판다외교는 1941년 중일 전쟁 때 지원해준 미국에 감사하는 표시로 중국에서 국보급 동물로 여겨지는 판다 한 쌍을 보낸 이후 시작됐습니다. 이후 중국은 자국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국가에 희귀 동물 판다를 증정하는 ‘판다외교’(19개국 70여마리)를 하고 있습니다. 1983년 워싱턴 조약 이후 희귀동물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게 되면서 장기 임대 형식(한 쌍에 100만 달러)으로 바꿨습니다. 그러니 전 세계 동물원에 있는 판다는 모두 중국의 소유입니다. 하루에 수십 kg의 대나무를 먹는 먹보 판다의 사룟값에 중국에 내야 하는 대여료까지 연간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은데 그렇게 비싸게 관리를 받은 판다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도 중국 소유이고 여기에도 대여료(셋째부터는 무료)를 받는다니 이 부분은 좀 야속한 대목 같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영주권을 못 받고 중국 국적으로 살아야 하며 세금도 중국에 내야 한다는 소리죠. 용인 에버랜드에 있는 판다도 예외는 아닙니다.

●비버… “LG 우승의 숨은 주역 잔망루피”

사진 = 뉴스1
사진 = 뉴스1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1990년, 1994년에 이어 세 번째 우승입니다. 90년대 유광점퍼를 입고 환호하던 LG 어린이 회원들이 강산이 세 번 바뀌어 어느덧 중년이 되었지만 죽기 전에 우승을 봤다는 감격에 이날 야구장 불이 꺼질 때까지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누렸습니다. 선수 중에도 투수 임찬규(31)와 고우석(25)은 LG 어린이 회원 출신이라 감격이 두배였다고 합니다. ‘29년의 의리’는 다음날 LG 우승 사진을 대문짝만큼 다룬 주요 스포츠신문이 동이 나고, 이를 소장하고 싶은 LG 팬들 사이에서는 4개 신문을 20만원에 사겠다고 인터넷 장터에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바다 건너 야구 리그를 하는 미국, 일본, 대만도 LG 트윈스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팀이 우승을 한 것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텍사스가 창단 후 62년 만에 처음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일본에선 한신이 38년 만에, 대만에선 웨이잔이 2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잔망루피 래핑 비행기(제주항공 제공)
여담으로 LG 트윈스의 마스코트는 쌍둥이 럭키와 스타 입니다. 여기에 21년 부터 ‘잔망루피’가 합류 했습니다. 루피는 ‘뽀롱뽀롱 뽀로로’에 나오는 암컷 비버 캐릭터입니다 (참고로 뽀로로는 펭귄입니다) 소심하고 겁이 많아 뽀로로의 짓꿏은 장난에 자주 꽁 하지만 착하고 친절한 성격입니다. 루피의 최대 장기는 요리 솜씨가 좋다는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상에서 뽀로로와 친구들이 함께 소풍가면 그곳에서 요리를 도맡아 하고 친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 하는 캐릭터가 루피 입니다. 하지만 지독한 몸치라 친구들과의 놀이나 운동에서 항상 밀리고 놀림받고 슬퍼합니다. 유아용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루피와는 달리 잔망루피는 외모부터 익살스럽고 애초에 10~30대를 주요 타킷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출시 이후 반응은 폭팔적이었고 명품 회사 불가리의 표지모델, 버거킹 버거와 콜라보, 제주항공 보잉 737 비행기에 잔망루피 특별 도장을 입혀졌으며 현재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이기도 합니다. 럭키와 스21년부터 뭔가 부족했던 LG 트윈스에 동물 캐릭터인 암컷 비버 잔망루피가 합류 된 것이 우승에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않았을까 뇌피셜 추론을 해봅니다. 실제로 LG 팬들이 야구장에 잔망루피 인형탈이 보이면 기뻐함을 넘어 열광을 한다니 선수들이 분명 에너지를 받았을 것입니다. 긴 시간 의리를 지키는 팬들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인데 LG 트윈스나 루피가 가진 공통점이고 내년 시즌에도 이런 부분이 시너지로 작용하기를 응원합니다.

●“의자협정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여의도 신사들”


지난달 24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각각 아침 회의에서 “국회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 피켓을 소지하고 부착하는 일, 본회의장에서 고성, 야유하지 않는 것에 합의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여의도 세계에서는 ‘신사협정’으로 불렸고 31일로 예정된 尹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부터 고성, 야유, 정쟁형 문구가 적힌 피켓을 부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국민은 그날 대통령의 연설만큼 야당 의원들의 모습도 유심히 지켜봤었습니다. 그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피켓을 들고 약속을 맺은 본회의장이 아닌 로텐더홀 계단으로 대통령을 마중 나갔습니다. 대통령 연설 동안 고성이나 야유는 없었지만 연설 후 야당 자리를 찾아 악수를 청하는 대통령에게 앉은채로 쳐다보지도 않고 손만 내미는 ‘노룩악수’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의 ‘줄일 건 예산이 아닌 윤의 임기!’ 라는 피켓을 본회의장에서 자제하라고 말하는 야당 의원은 없었습니다.

사진 = 이훈구 기자
그 뒤 여의도 신사들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탄핵 저지 등으로 과거와 다름없어 보이는 기시감 있는 장면들을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약속한 본회의장이 아닌 본청 밖 계단에서 피켓을 들고 야당을 규탄했습니다. 본회의장에서 피켓을 들지 않기로 한 ‘신사협정’을 지켰다고 주장합니다. 8일 국방위 회의에서는 고성과 막말에 회의가 파행되었고 1일 더불어민주당 최고회의에는 ‘천공’ 영상이 재생되기도 했습니다. 여의도 모 식당에서는 같은당끼리 불화도 있었습니다. “안철수씨 조용히 하세요” 옆방에서 시끄럽다고 고함지르는 이준석 전 당대표나 없는 자리에서 남의 이야기 하는 안철수 의원이나 신사의 느낌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최대 격전지인 본회의장에서 전쟁을 중단하니 산발적인 전투가 여기저기서 더 늘어난 것은 아닌지, 차라리 본회의장에서만 싸우고 나머지 장소에서는 국민을 위한 회의에 주력하자는 협정을 맺어봄은 어떨지..,
사진= 박형기 기자

이렇게 서로 물고 뜯던 여야는 최근 새로운 협정에 합의한 모양새입니다. 국회사무처가 운영위 회의실에 비치된 의자 100여 개에 대한 교체를 올해 추진 중입니다. 의자 하나당 60만원이라고 합니다. 멀쩡한 의자를 왜 바꾸는지 그것도 고가에 빈대가 나타난것도 아닌데.., 어차피 고성하고 막말하다 나가버리니 잠시 앉는 의자인데 말이죠.

● 수능 수험생들 “그동안 수고했습니다”
킬러 문항(교육과정 밖의 문제) 없이 출제되었다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신 불수능이 되어 수험생을 괴롭혔습니다. 수험생 86% 가 어려웠다고 응답했습니다. 불수능은 논란과 달리 일각에서는 물수능이 되는 것보다 낫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올해 수능이 너무 쉬워졌다면 최상위권의 변별력뿐만 아니라 한 문제 실수로 등급이 갈려 수험생이 대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대한민국의 연말은 수능이 끝나야 신비스럽게 시작 되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더 맞아 떨어지듯 다음날 전국적으로 함박눈까지 내리며 가을을 완전히 걷어내고 연말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사진은 엄마와 딸의 포옹 입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에서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이 친구와 함께 엄마가 준비한 응원 손팻말을 들고 포옹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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