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예산 집행 늦은 이유” 항의에…김동연 “큰 소리 낼 일 아니다” 일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6일 02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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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 도의회 국힘 예산·소통 놓고 ‘충돌’
곽미숙 대표, 김 지사 집무실 앞 연좌시위
‘여야정협의체’ 6개월 만에 ‘삐걱’ 우려도
김 지사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집행”
김 지사-곽 대표, 내달 6일 면담 ‘협치 갈림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5일 오전 도지사 집무실 앞에서 1시간가량 연좌 농성을 하는 곽미숙 국민의힘 대표의원(오른쪽 아래)과 지미연 수석 대변인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제공
 
“큰 소리 낼 이유가 있습니까?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할 겁니다.”

25일 오전 회의를 마치고 집무실을 나서던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말투는 엄격하고 단호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표단이 “예산이 집행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거칠게 항의하자 김 지사가 맞받아친 것이다. 대표단은 김 지사의 집무실 앞에 앉아서 오전 10시 50분부터 1시간가량 시위를 하던 중이었다. 김 지사는 짧은 대답 후 다른 일정을 이유로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표단이 예산 집행과 김 지사와의 소통 문제를 제기하며 지사 집무실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경기도와 국민의힘이 소통·협치를 위해 지난해 11월 ‘여야정협의체’까지 구성했지만, 6개월 만에 양측이 파열음을 내는 등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12월 도담소에서 여야정협의체 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자리에는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과 곽미숙 국민의힘 대표 의원, 남종섭 더불어민주당 대표 의원, 염태영 경제부지사 등 협의체 위원 19명이 참석했다. 경기도 제공

곽미숙 국민의힘 대표 의원과 지미연 수석 대변인은 이날 오전 10시 50분경 경기도청 5층 도지사 집무실을 찾아가 김 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당시 김 지사는 집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김 지사 측이 회의를 이유로 면담에 응하지 않자 곽 대표 등은 집무실로 들어가는 출입문을 두드리며 김 지사와의 만남을 재차 요청했다. 김 지사 측이 “일정을 미리 잡고 와야 한다”며 막아서면서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곽 대표는 “지난주 집무실을 찾았지만 김 지사를 만날 수 없었고 면담 일정도 잡아 주지 않아 항의 방문한 것”이라며 “예산 집행을 막는 것이 도대체 누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국민의힘은 ‘여야정협의체’에서 도비 지원을 합의한 ‘천원의 아침밥 확대’ ‘전통주 산업 활성화’ 등 올해 사업 예산의 신속한 집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업 예산 집행이 되지 않자 곽 대표와 지 수석대변인이 김 지사의 해명을 듣기 위해 집무실을 찾았다고 한다.

곽미숙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표 의원과 지미연 수석대변인이 25일 오전 지사 집무실 앞에서 연좌 농성에 나서자 경기도 관계자들이 해산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제공

면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두 사람은 집무실 문 앞에 앉아 시위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염태영 경제부지사, 김달수 정무수석 등 경기도 정무 라인이 총출동해 곽 대표 등을 설득했지만, 농성은 1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곽 대표 등은 김 지사가 집무실을 나간 뒤 시위를 30여 분을 더 이어가다 김 지사 측이 “면담 일정을 따로 잡겠다. 시위를 끝내달라”고 설득하자 해산했다. 김 지사와 곽 대표 등은 다음 달 7일 만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이날이 협치를 계속 이어갈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한 관계자는 “사전 통보도 없이 야당 대표가 불쑥 도지사 집무실을 찾아와 시위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 당혹스러웠다”며 “김 지사는 도의회와 소통하겠다는 원칙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 예산 집행과 관련해서는 실무 부서에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5일  소통·협치 기구인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연 경기도지사, 곽미숙 국민의힘 대표, 남종섭 민주당 대표,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경기도 제공
지난해 11월 25일  소통·협치 기구인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연 경기도지사, 곽미숙 국민의힘 대표, 남종섭 민주당 대표,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경기도 제공
 
여야정협의체는 지난해 11월 구성됐으며, 경기도 6명, 도의회 13명 등 모두 19명이 참여하고 있다. 염태영 경제부지사와 국민의힘 곽 대표, 더불어민주당 남종섭 대표가 공동의장이다.

민선 8기 출범 후 경기도 14개 산하기관장 모두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했고, 올해 경기도 예산안도 모두 원안대로 처리하는 등 경기도와 도의회는 그동안 여야정협의체를 통해 성공적인 협치를 이어왔다.
조영달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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