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합실 의자에 앉아 하객 맞이
“해결 방법 없으니 오히려 마음 비워”
“행복폭탄이었다고 생각”
지난달 25일 경기도 광명역에서 있었던 ‘웨딩홀 폭발물 설치 협박’ 사건의 피해 당사자(신부)가 당시의 생생한 상황과 후기를 전했다.
특히 이 신부의 ‘긍정 마인드’가 보는 이들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일생일대의 결혼식을 난리통 속에 보냈던 신부 A 씨는 최근 결혼정보 카페에 후기 글을 올렸다. 이 글은 7일 각종 커뮤니티로 확산되며 화제되고 있다.
사건은 지난달 25일 오후 광명역사 아래층에 있는 한 예식장에서 벌어졌다. 낮 12시경 신원불상의 남성이 “예식장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전화를 했다. 웨딩홀 측의 신고를 받은 112와 철도경찰은 곧장 현장에 폭발물 처리반과 기동대, 수색견 등을 투입했다.
그날 신부 A 씨는 오후 2시 30분 시작될 예식을 위해 미리 도착해 있었다. A 씨가 신부대기실을 가기 전 ‘서브대기실’에 기다리고 있는데, 오후 1시쯤 문밖에서 경찰과 소방관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이지?”하고 있는데 경찰 소방인력이 점점 많아지고 하객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연회장 식당 쪽에 작은 불이 났다’는 전달만 받았다.
A 씨는 “금방 마무리되겠지” 생각했지만 경찰 특공대까지 왔고, 복도에는 대피하려는 하객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곧이어 “지금 웨딩홀에 폭탄테러 협박전화가 와서 통제해야 한다. 여기서 나가야 한다”는 ‘신부도우미’ 연락을 받고는 A 씨도 부랴부랴 1층으로 올라갔다. 이때가 신부대기실로 들어가야하는 1시 30분이었다.
1층은 광명역 대합실이었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A 씨는 대합실 의자에 앉아 대책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하객뿐 아니라 역사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의 시선이 한눈에 쏟아졌다.
A 씨는 이곳에서 속속 도착하는 하객들을 맞이해 인사를 나눴다. 아래층(예식장)에서는 폭발물 수색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고, ‘확답은 어렵지만 4시 이후에야 정상화될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
A 씨 하객은 지방에서 올라온 손님이 많았는데, KTX예매와 버스대절 시간이 정해져 있어 많은이들이 예식을 못보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A 씨는 “너무너무 속상했지만 해결 방법이 없으니 오히려 마음을 비웠다”고 했다. 주변에서 안타까워 하며 “어떡해~어떡해~” 했지만 A 씨는 웃으면서 “이게 무슨일이래요~”라며 의연하게 응대했다고 한다.
그리고선 기다리는 동안 열차 플랫폼으로 가서 예쁜 사진을 많이 남겼다고 했다.
폭발물 신고는 허위로 밝혀졌고, A 씨는 3시 20분쯤 예식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때는 일정이 바쁜 여러 하객들이 돌아간 상황이었고, 축의대는 예식이 밀린 다른 팀들과 같이 써야만 했다. 기다린 하객들은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A 씨는 “끝날 때까지 아수라장이었다”며 하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럼에도 A 씨는 “정말 이런일이 있을 수 있나 싶은 결혼식이었지만, 모두의 기억에 남을 결혼식이 됐다고 생각한다. 아쉬움은 뒤로하고 평생의 술안주로 즐기기로 했다. 행복폭탄이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글에서 밝은 에너지가 넘친다” “마인드가 노홍철급이다” “진짜 멘탈 좋으시다” “기차역 웨딩사진 너무 예쁘다” “긍정적인 사람은 불행중에서도 행복을 찾는다” “행복하게 잘 사시라”고 앞날을 축복했다.
한편, 사건 당시 경찰과 군, 시청 등 기관 관계자 140여 명이 긴급출동해 웨딩홀 안팎을 수색했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광명경찰은 공중전화와 폐쇄회로(CCTV)등을 통해 용의자를 추적한 끝에 허위로 협박 전화를 한 60대 남성을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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