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졸업뒤 생업 뛰어들어…평생 고생만” 대전아울렛 유족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7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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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 자식들 돌보며 평생 고생만 하다 간 우리 형, 이렇게 떠나면 어떡해….”

27일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대전점 앞에서 만난 이천배 씨(61)는 전날 화재로 숨진 형(64)에 대해 말하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씨의 형은 전날 오전 아웃렛 지하 1층에서 불이 나자 피해 달아나다 화물 엘리베이터 안에 고립됐고 다른 2명의 피해자와 함께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는 “집안 사정 때문에 돈을 벌어야 했던 형은 중학교 졸업 후 바로 생업에 뛰어들었고, 원양어선까지 타면서 두 동생을 뒷바라지했다”고 했다. 동생들을 대학까지 보낸 후 한숨 돌린 형은 결혼 후 두 자녀를 뒀는데 설상가상으로 둘째는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 씨는 “환경미화원 등으로 평생 열심히 일한 형이지만 자식 걱정 때문에 은퇴할 여유가 없었다. 2020년 아웃렛이 문을 열자 자진해 환경미화 일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이번에 참변을 당했다”며 애통해했다.

아울렛 협력업체에 입사한 지 5개월여 만에 사망한 이모 씨(36)의 빈소는 충남대병원에 마련됐다. 용역업체 소속으로 전기시설을 담당했던 이 씨는 전날 화재 때 퇴근을 1시간 앞두고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빈소에서 만난 이 씨의 작은아버지는 “조카가 열심히 공부해 올 초 전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새 일자리를 얻었다며 좋아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지난 추석에 만나 함께 소주 한 잔했던 게 마지막 모습이 됐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 씨는 화재 후 차량을 타고 탈출하려다 유독가스와 연기로 앞이 안 보여 기둥에 부딪친 후 정신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사실을 초반에 파악하고 다른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대피 방송을 하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방재실 근무자 박모 씨(41)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는데 현재 뇌사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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