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에서 소방관들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개인 주택 잔해를 수습하고 있다. 2026.05.20.[크라마토르스크=AP/뉴시스]
사흘간의 휴전이 끝나자마자 19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고강도 공격을 주고받은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동맹이 갈수록 약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주독미군 감축 발표에 이어 전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제공할 군사 지원 규모도 줄이기로 결정한 것. 이 같은 대서양동맹의 균열을 틈타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에 대한 보복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며 라트비아를 위협하고 있다.
● 러-우, 아파트·석유시설·항만 등 무차별 공습… 사상자 급증
이날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민간인 주거지를 공습한 데 이어 물류망을 마비시키기 위해 항만을 잇달아 타격했다. 이달 초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전승절) 전후로 시작된 휴전이 종료되면서 양측의 공세가 한층 격화된 것이다.
러시아군은 이날 모스크바로 향하던 우크라이나 드론 4기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지역에 있는 러시아 석유 기업 루코일의 정유공장과 야로슬라블 지역의 송유 펌프장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17일에는 모스크바를 겨냥한 대규모 드론 공습으로 민간인 4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가 있는 오데사주 이즈마일과, 체르니히우에 있는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 기업 나프토가즈의 가스 인프라 시설을 공격했다. 앞서 러시아는 13, 14일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지역을 집중 공습해 민간인 최소 27명이 숨졌다.
● 美, 전시 나토 군사 지원 축소 방침… 대서양동맹 약화 위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된 가운데, 미국은 전시·위기 상황에서 나토 동맹국들에 제공할 군사 지원 규모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전쟁부)는 ‘나토 전력 모델(NATO Force Model)’ 내 미국의 기여를 대폭 축소키로 하고,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국방정책 책임자 회의에서 관련 방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나토 전력 모델은 전쟁, 회원국 공격 등 위기 상황 발생 시 신속히 투입할 수 있는 병력과 군사자산을 회원국들이 사전에 지정해 놓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미 국방부의 결정은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에 과도하게 안보를 의존하고 있다며 유럽 스스로 방위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과 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은 유럽에 핵우산 제공은 유지하되, 재래식 전력에선 유럽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겠단 취지다. 1일 미 국방부가 주독미군 약 5000명을 6~12개월 내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알렉서스 그링커위치 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미 공군 대장)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군 수뇌부 회의에서 “주독미군 감축이 나토 지역 방위계획 수행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또 “유럽 내 동맹국들의 군사 역량이 강화되면서 미군은 유럽 주둔 규모를 줄이고 동맹국들이 아직 보유하지 못한 핵심 능력만 제공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유럽 주둔 미군 감축 결정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러 “나토 회원국도 보복 못 피해”, 라트비아 공격 위협
러시아는 대서양동맹 균열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나토 회원국인 라트비아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거론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우크라이나가 라트비아 영토 내 기지에 드론 부대를 배치해 러시아를 공격할 계획이란 첩보를 입수했다며 “라트비아의 나토 회원국 지위가 보복을 막아주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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