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코로나 학번’으로 불리는 대학생들이 제기한 등록금 반환소송에서 법원이 원고패소 판결을 한 가운데, 이 소송을 제기한 대학생들의 집단행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소송은 코로나19 첫 학기 비대면 방식 대학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한 대학생들의 불만에서 비롯됐던 집단행동이었다.
소송이 제기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대학은 대면 수업으로 복귀했고 최근에는 교육부 차관이 등록금 인상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겠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대학생들은 여전히 등록금 부담에 시달리고 있고 교육 질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다.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된다.
2일 법조계와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부장판사 이오영)은 대학생 2600여명이 자신이 등록금을 납부한 사립대 26개교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전날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20년 7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등으로 구성된 ‘등록금반환본부’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대학생 3500여명과 함께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된 지 2년여만에 나온 첫 재판부 판단이다. 소장 접수 시점 기준으로 사립대 26개교 2941명, 국공립대 20개교 517명의 학생이 집단소송에 참여했다.
코로나19 유행 첫 해였던 그해 초 대학들은 예년처럼 3월에 해야 했던 개강을 잇달아 연기했다. 교육부가 최대 4주까지 개강 연기를 권고하면서다. 예정대로 개강한 대학은 17개교에 불과했다는 조사가 있었고, 대부분 1~3주를 미뤄 비대면으로 개강했다.
연이어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대넷이 2020년 3월 초 1만26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받아 본 결과,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 부실(40.9%), 주거 불안(16.2%)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는 문항에는 전체 83.8%가 동의했다.
당시 대학들이 등록금을 돌려줄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20년 3월 인하대 4학년생 이모씨가 감염병 유행 상황에 대학이 등록금을 감액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헌법상의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대학들의 비대면 수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등록금을 돌려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는 계속 이어졌다. 급기야 한 서울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혈서(血書, 피로 쓴 글)가 등장해 파장을 낳았다.
학생들의 요구와 대학 당국도 평행선을 달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020년 코로나19로 학생 2만7132명이 적게 등록해 그 해 4월30일 기준 등록금 수입이 전년보다 869억원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환급 대신 특별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대학들도 등장했다. 그러나 전대넷의 같은 달 말 설문조사 결과 응답 학생 1만1105명 중 장학금 방식에 찬성한 이는 3.6%로 극소수였다. 1학기 등록금 반환(76.6%)이 가장 많았다.
당시 국회에서 열린 대교협과 전대넷 간 토론회에서 대학 측의 재정난 호소에 전대넷은 등록금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먼저라는 취지로 맞섰다.
정부 차원에서도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가 등록금 반환 지원책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그 결론은 현금지원 대신 대학을 통한 간접 지원이었다. 그해 7월3일 국회를 통과한 제3회 추가경정예산에는‘대학 비대면 교육 긴급지원 사업’ 1000억원이 편성됐다.
이 사업으로 학생들에게 돌아간 돈은 4년제 대학(138개교, 총 760억원) 기준 1인당 평균 10만원에 불과했다. 또 적립금을 1000억원 이상 쌓았던 서울 주요 사립대인 홍익대, 고려대 등 20개교가 제외됐고, 정부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하위권 대학은 자격이 없었다.
학생들이 법원에 소송을 낸 것은 긴급지원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기 이틀 전이었다. 실제 소송을 낸 학생들이 대학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금액은 등록금의 4분의 1 정도(사립대 100만원, 국공립대 50만원)였다.
이듬해인 2021년 교육부는 대학 비대면 수업 질 제고를 우선했다. 10개 권역별 원격교육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코로나19로 실직 등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가정의 학생을 위한 근로장학금을 책정했다. 1학기부터 대학 원격수업을 무한정 할 수 있게 규제를 풀었다.
‘감염병 상황에 대학의 학사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등록금을 면제·감액할 수 있다’는 법 조항 신설(개정 고등교육법)도 됐지만 강제성은 없다.
대학들 역시 학생들의 소송에 부정적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 후보자였던 김인철 당시 대교협 회장은 “온라인 수업 준비로 학교 예산이 추가로 투여됐다”며 “논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등록금 반환이나 대폭 인하는 없었다. 대학정보공시를 보면 2021년 4년제 대학 195개교의 1인당 평균 등록금은 전년도보다 7600원 오른 673만3500원이었다. 5개교만 인하, 186개교는 동결했다. 올해는 676만3100원으로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했다.
김민정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수업을 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 없으면 대학을 운영할 수 없는 재정 구조를 코로나19가 드러낸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2020년 사립대 운영수입 기준 등록금 의존율은 61.3%로 5년만에 가장 높았다.
김 위원장은 “등록금 인상만 정부가 막아 놓았을 뿐, 대학들은 계절학기 등록금을 올리거나 성적 장학금을 줄이는 등 학생 수혜를 줄여오고 있었다”며 “대학 재정 부담을 가계와 학생들에게 책임지라고 판단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전대넷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한편 교육부는 대학 재정 확충을 명분으로 최근 초·중등 교육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교육세 재원을 사용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추진하고 있으나 교육청과 교직사회 반발에 부딪혀 있다. 대안으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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