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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백혈병 환자들 “헌혈자 구해요” SOS

입력 2022-08-18 03:00업데이트 2022-08-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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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유행에 ‘헌혈 불가’ 확진자-접종자 225만명
확진자는 격리 해제후 10일간 백신 접종자는 7일간 헌혈 금지
헌혈 불가자 두달새 8.8배로 급증… 상반기 지정헌혈 7만5870건
코로나 이전 한해 건수 훌쩍 넘어… 전문가 “장비-헌혈 시간 늘려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이나 백신 접종으로 헌혈을 할 수 없는 인구가 17일 현재 국내에서 200만 명을 넘어섰다. 수혈을 자주 받아야 하는 백혈병 환자들이 직접 수혈자를 찾아다니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혈액 위기 대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격리 해제 후 10일간,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접종 후 7일간 각각 헌혈이 금지된다. 헌혈자의 건강을 고려한 조치이다. 문제는 최근 국내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인구 대비 세계 1위(7∼13일 기준 100만 명당 1만6452명)에 오를 정도로 커지면서 이 같은 헌혈 불가자도 덩달아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또는 백신 접종에 따라 17일 0시 기준으로 헌혈이 금지된 사람은 총 225만125명이다. 두 달 전인 6월 17일엔 헌혈 불가자가 25만4726명이었는데 8.8배로 증가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의 약 90%는 헌혈 정년(만 70세)에 이르지 않은 이들이라서 혈액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이날 국내 혈액 보유량은 6.4일분으로 권장 보유량(5일분)보다 많다. 얼핏 혈액이 충분해 보이지만 상당량은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하기 전에 모아둔 전혈(全血) 혈액이다. 전혈 혈액은 35일간 보관할 수 있다. 반면 보관 기간이 5일로 짧은 농축혈소판은 보유량이 1.1일분에 불과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한 달 내에 혈소판뿐 아니라 전혈 혈액도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장기출혈과 빈혈이 나타났을 때 수혈을 못 받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백혈병과 림프종 등 혈액암 환자들에겐 이미 혈액 부족이 현실이 됐다. 대한적십자사 등에 따르면 환자가 수혈 받을 피를 직접 구하는 ‘지정헌혈’은 올 1∼6월 7만5870건이 이뤄졌다. 대다수가 혈액암 환자들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엔 한 해를 통틀어 지정헌혈이 4만5429건이었지만 올해는 6개월 만에 이를 훌쩍 넘었다.

혈액암 환자들은 이날 한국백혈병환우회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고통을 호소했다. 지난해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받은 이성구 씨(21)는 “동료 환자가 수혈자를 구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이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백혈병 환자 장연호 군(19)은 “투병만으로도 벅찬 환자들에게 직접 피를 구하라는 건 잔인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재 전국 345대에 불과한 혈소판 채혈 장비를 늘리고 헌혈의집과 헌혈카페의 운영 시간을 연장해 회사원이 퇴근 후 헌혈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는 “혈액 부족이 지금보다 심해지면 백혈병 환자뿐 아니라 교통사고를 당한 응급 환자 등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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