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7명 중 1명만 ‘정신적 공황상태’ 의견 내
‘정신적 공황상태’ 발표 후에야 심리자문 의뢰

하지만 해경은 전문가 1명이 언론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전화로 ‘정신적 공황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낸 것을 근거로 발표를 강행했고, 발표 하루 후에야 정식으로 이 씨의 심리상태 자문을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해경이 이 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한 근거 중 하나는 당시 본청 정보과에서 작성한 ‘인터넷 도박 중독에 따른 월북 가능성 자문 결과’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정보과가 전문가 7명에게 자문을 구한 것인데, 주로 언론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전화로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당시 본청 정보과에 있던 한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보과는 7명에 참고로 물어봤던 것”이라며 “수사사항이 아니었다. 사용을 하려면 수사과에서 정식으로 의뢰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경이 정식으로 이 씨의 심리상태 진단을 의뢰한 건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한 지 하루가 지난 2020년 10월 23일이었다. 이 씨의 심리상태를 정식으로 진단하기 전 판단하고 발표까지 한 것이다.
수사부서에서 심리상태 진단을 의뢰받은 3명의 전문가 중에서도 2명은 ‘당사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제한된 정보만으로 도박장애 여부를 진단하는 건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고, 나머지 한 명만 ‘고도의 도박중독 상태’라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 씨 유족 측으로부터 진정을 접수해 조사에 나선 인권위도 이 같은 해경의 발표를 두고 “추측과 예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정보과에서 취합한 전문가 7명의 의견에 대해 “‘정신적 공황 상태’라는 표현을 사용한 전문가는 7명 중 1명이었고, 언론 보도 내용을 중심으로 전화로 의견을 들었다는 점 등을 참고하면 자문 의견이 객관적이거나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천=공승배기자 ksb@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