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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실습공간 함께 쓰고 강의도 공유… “뭉쳐야 산다” 지방대의 도전

입력 2022-06-09 03:00업데이트 2022-06-09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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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대학 함께하는 지역혁신사업
충북대 학생들이 교내에 설치된 ‘화장품·천연물 융복합 소재 실용화 파일럿플랜트’에서 천연물 성분을 추출한 뒤 파우치에 넣고 제조 날짜를 입력하는 모습. 지금까지는 학교에서 이론 위주로만 배울 수 있었지만 이제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것과 같은 설비로 실습하며 현장형 교육을 받고 있다. 청주=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지난달 23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 ‘화장품·천연물 융복합 소재 실용화 파일럿플랜트’. 1층 습식가공플랜트에 들어갔더니 대학 캠퍼스가 아닌 공장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커다란 항아리 같은 추출농축시스템과 파우치 포장기가 보였다. 알로에 등의 천연물을 넣으면 핵심 성분을 추출하고 농축해 파우치 포장까지 할 수 있는 설비다. 2층에는 화장품 포장 용기를 제작해볼 수 있는 3D 프린터와 제품의 유통기한을 산정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었다.

충북대에 올해 4월 이런 파일럿플랜트 설비가 구축된 것은 2020년 교육부의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 사업)’에 선정되면서다. 이 사업은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지역 내 대학들이 역할을 분담해 수업과 실습장비 등을 공유하며 함께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지자체는 협업체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2020년 3개(충북, 경남, 광주·전남), 2021년 1개(대전·세종·충남, 경남은 울산·경남으로 전환), 2022년 2개(강원, 대구·경북) 지역혁신플랫폼이 선정됐다.

○ 현장과 동일한 설비에서 실습

충북 지역혁신플랫폼이 제약바이오와 화장품·천연물 등을 핵심 분야로 정한 것은 충북이 세계 3대 바이오클러스터 진입을 목표로 꾸준히 관련 산업을 육성해왔기 때문이다. 충북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같은 국가 기관이 있고, 국가 주도로 바이오·보건의료산업 특화단지가 조성돼 있다.

충북 지역혁신플랫폼은 실무중심 교육을 하기 위해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였다. 지역 학생들은 취업에 대한 눈높이가 높았고, 지역 기업은 당장 현장에 학생들을 투입하기엔 학생들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이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체 설비와 동일한 파일럿플랜트를 충북에 5곳 조성했다.

파일럿플랜트를 설명하며 정헌상 충북바이오헬스산업혁신센터 화장품천연물사업단장(충북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해 설비를 구축한 만큼 이제 학생들이 실무교육을 확실하게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RIS 사업에 참여하는 15개 대학 학생은 누구든 파일럿플랜트에서 실습할 수 있다. 파일럿플랜트는 지역 기업도 이용할 수 있다. 충북바이오헬스산업혁신센터 관계자는 “바이오 관련 기업 중 5인 미만으로 영세한 곳이 정말 많아 장비를 구축하지 못한 곳이 많다”며 “이런 기업은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파일럿플랜트에서 시제품 제작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공유대학에서 질 높은 강의 공유
충북대 학생들이 천연물 제품을 만든 뒤 생물학 검사를 하고 있다. 파일럿플랜트는 학생들뿐 아니라 관련 장비를 갖추지 못한 영세한 지역 기업들도 쓸 수 있다. 청주=김동주 기자 zoo@donga.com
RIS 사업 참여 15개 대학은 올해 1학기부터 공유대학도 운영 중이다. 지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함께 육성하기 위해 ‘바이오 프라이드 공유대학’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충북권역 온라인 학습관리시스템(LMS)을 통해 가상의 공유대학에서 개설된 강의에 수강신청하고, 온·오프라인 중 원하는 방식으로 수강할 수 있다. 1학기에만 52개 강의에 840명이 수강 중이다. 내년에는 100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제약바이오 △방사광융합 △정밀의료·의료기기 △화장품산업 △천연물소재 등 각 대학에 없는 공유대학만의 전공도 신설됐다.

이러한 변화에 지역 기업들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홍진태 충북바이오헬스산업혁신센터장(충북대 약대 교수)은 “칸막이 없이 어느 대학 학생이든 질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다”며 “학생들이 기업이 요구하는 강의를 추가로 들었다는 의미라 지역 기업들도 안정적으로 실력 있는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을 거라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RIS 사업에는 충북 내 300개 기업이 참여한다. 대학과 함께 연구하거나 교육과정 개발, 수업 등에 참여한다. 배준태 제이투케이바이오 연구소장은 “회사 매출이 꽤 높은데 학생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채용 공고를 내도 생각만큼 모집이 안 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대학과 연구과제를 함께 진행하며 회사의 연구시설과 역량을 보여주니 학생들 인식이 개선돼 기업 홍보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전했다.

학생들도 열성적이다. 공유대학 강의는 모두 토요일에 개설됐지만 결석자를 찾기 어렵다. 충북대 공업화학과 소속으로 공유대학에서 화장품산업 전공도 이수 중인 장예림 씨(22)는 “본 전공에서는 물리나 화학을 중시해서 화장품 전공지식을 쌓기가 어려웠는데 공유대학에서 보충하고 있다”며 “전공 강의뿐 아니라 재직자와의 멘토링 프로그램 등 비교과 프로그램도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RIS 사업 참여 대학 내에서는 여러 프로그램 덕분에 학생들의 이탈률과 휴학률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RIS 사업은 앞으로 더 확대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지역과 대학 간 연계·협력으로 지역인재를 육성하고 지역발전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며 지역혁신플랫폼을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11개 시도에 6개 지역혁신플랫폼이 있는데 향후 14개 시도 9개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청주=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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