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타의 일종인 ‘안데스바이러스’
대서양 크루즈서 잇따라 확진
고대 의대 ‘mRNA 백신’ 연구
美선 임상 1상… 상용화는 멀어
한타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이미지. 설치류 배설물을 통해 감염되며 승인된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전 세계적으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대서양을 항해하던 크루즈선 MV 혼디우스에서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한타바이러스의 일종인 안데스바이러스 확진자가 잇따라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한타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 개발 현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고려대 의대 백신혁신센터가 한탄·서울바이러스를 막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 백신을 동물실험까지 완료했다. 안데스바이러스까지 방어하는 범용 백신은 연구를 막 시작한 단계로 확인됐다. 미국에서는 안데스바이러스 백신이 임상 1상까지 진행됐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먼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서 개발한 ‘한타박스’ 개량 필요… mRNA 백신 동물실험 완료
안데스바이러스는 설치류 배설물을 통해 감염되는 한타바이러스의 일종으로 폐와 심장을 손상시키는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HPS)을 일으키며 치명률이 최대 50%에 달한다.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서 주로 발생한다.
현재 사용 가능한 한타바이러스 백신은 1976년 한탄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분리한 고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개발한 ‘한타박스’가 대표적이다. 한타박스는 신장을 손상시키는 신증후군출혈열(HFRS)을 유발하는 한탄바이러스를 대상으로 개발된 백신으로 접종 횟수가 많고 면역 지속 기간이 짧아 개량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희진 고려대 의과대학 백신혁신센터장은 “같은 한타바이러스 속에 속하지만 종이 다른 안데스바이러스에는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 백신혁신센터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모더나의 mRNA 플랫폼에 자체 개발한 한타바이러스 항원을 삽입해 백신 후보물질을 만들고 동물 실험을 통한 효능 평가까지 마친 상태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 유전 정보 일부를 몸속에 주입하면 세포가 이를 읽어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을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현재 독성 시험 등 남은 전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며 2027년 말까지 전임상 시험을 마칠 예정이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승인과 재원 마련 등을 거쳐 2028년 임상 1상 진입이 목표다. 정 센터장은 “임상 1상 진입은 식약처 리뷰와 승인이 필요하고 재원 마련 등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정부 규제 기관, 기업과 논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1차 목표는 국내에서 매년 300∼400명의 신증후군출혈열을 일으키는 한탄바이러스와 서울바이러스를 막는 백신 개발이다. 정 센터장은 “안데스바이러스까지 포함하려면 별도의 항원을 추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주 대륙 한타바이러스까지 방어하는 범용 백신은 2단계 목표로 초기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어 “한타바이러스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우선순위 병원체”라며 “기후 변화와 생활환경 변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시대에 백신이 없는 주요 병원체에 대한 백신 개발은 연구자나 제약회사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 차원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해외선 임상 1상 완료… 상용화까진 시간 소요
안데스바이러스 백신 개발은 해외에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미국 텍사스대 의대(UTMB) 연구팀은 2024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mRNA 기반 안데스바이러스 백신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을 때 쓰는 표면 단백질을 항원으로 삼아 두 가지 mRNA 백신을 설계해 비교했다. 두 백신 모두 100% 치사율의 동물 모델에서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효과를 보였다. 백신을 맞지 않은 대조군은 모두 사망한 반면 접종군 대부분은 생존했다.
미국 육군전염병연구소(USAMRIID) 연구팀은 2024년 ‘감염병 저널’에 안데스바이러스 DNA 백신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DNA 백신은 mRNA 대신 DNA 형태로 바이러스 유전 정보를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건강한 성인 48명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군과 위약 투여군을 나눠 참가자도 연구자도 누가 어느 쪽인지 모르는 방식으로 진행한 시험에서 무바늘 주사 장치 ‘파마젯 스트라티스’로 접종한 결과 대부분의 이상 반응은 경미하거나 중등도 수준에 그쳤으며 접종군의 80% 이상에서 337일이 지나도록 항체 반응이 유지됐다.
연구팀은 치료제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인간 항체를 생산하도록 유전자 변형된 소에게 한타바이러스 항원을 주입해 만든 항체 제품 ‘SAB-1634’는 동물 모델에서 안데스바이러스와 다른 세 가지 변종을 막는 효과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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