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청장 선거에 나선 양당 후보들은 나란히 상암동 쓰레기 소각장 추가 설치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 구청장인 국민의힘 박강수 후보는 임기 내내 추가 설치 반대 입장을 밝혀 왔고, 이번 선거에서도 “주민 뜻에 어긋나는 행정은 하지 않는다”며 소각장 계획 무산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 유동균 후보 역시 반대 입장이다.
올해부터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서울의 쓰레기 처리 여력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인데, 소각장 후보지를 관할하는 구의 청장 유력 후보들이 모두 반대를 외치고 있는 것. 서울시 소각 업무 담당자는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부지에 건설하고 충분한 혜택과 보상을 받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지역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시는 결국 기존 시설을 최대한 효율화해 어떻게든 소각량을 감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6·3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공약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이번에도 빠지지 않는 것이 ‘기피시설 이전·철거 공약’이다. 서울 금천구에는 역시 기피시설인 데이터센터 건립을 두고 “반드시 막겠다”, “해결하겠다”는 내용의 정당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이 시설은 이미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인데 이제 와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중단할 경우 발생할 막대한 매몰 비용과 법적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선거철 이런 ‘님비(Not In My Back Yard)’ 공약이 새로운 풍경은 아니다. 경기 수원 영통소각장은 수십 년째 이전 공약이 반복되는 대표 사례다. 재원 문제와 이전 대상지 반발 탓에 번번이 진척을 보지 못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올해 안으로 소각장 이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했고 국민의힘 후보 역시 “이전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충북 청주의 교도소 이전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 공약과 여야 정치권 약속까지 이어졌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었고, 이번 선거에서 다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선출직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이 기피 시설을 원치 않는 지역민들의 뜻을 대의(代議)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의 역할은 대의에 그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지역에 무엇이 더 이익인지, 국가 전체적으로 어떤 선택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설득하는 것이 정치다. 최소한의 공공선에 대한 고민 없이 반대만 반복하거나, 현실성과 사회적 비용은 아랑곳하지 않고 “막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은 대의가 아니라 기만에 가깝다. 결국 유권자들의 불안과 혐오를 자극해 표를 얻으려는 ‘표’퓰리즘일 뿐이다.
갈등을 관리하고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가 할 일이다. 예를 들어 부지 선정 단계라면 주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 갈등조정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다. 이미 시설이 들어선 지역이라면 보상금 지급을 넘어 운영 수익 일부를 주민기금이나 지역발전 사업, 공공시설 확충 등에 환원하도록 이끌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유권자들 역시 이제는 “없애 주겠다”는 말만 하는 후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헛공약을 하는 후보에게 기대 4년의 ‘희망고문’을 당할 것인지, ‘비싼 청구서’를 내는 후보를 선택해 최대한의 실익과 보상을 끌어낼 것인지, 유권자들에게 달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