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의 눈빛에 감사” 세모녀 살인 사건 유족, 담당검사에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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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25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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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세 모녀’를 잔혹하게 연쇄 살해한 김태현이 2021년 4월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마스크를 벗은 채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노원구 세 모녀’를 잔혹하게 연쇄 살해한 김태현이 2021년 4월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마스크를 벗은 채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서울 노원구 ‘세모녀 살해사건’ 유족이 담당 검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손 편지를 전달했다.

25일 서울북부지검에 따르면 지난 15일 이 사건 주임검사였던 한대웅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검사)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6)이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편지를 쓴 사람은 숨진 자매의 사촌 언니였다. 그는 편지에 “열심히 살아온 외숙모와 어린 제 동생들이 너무나 잔인하고 고통스럽고 억울하게 생을 마감했다”며 “일가족 생존자도 없는 이 사건은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이어 “저는 당시 사회에 대한 신뢰감이 바닥나고 ‘과연 이 사건을 유족이나 지인처럼 누가 조사할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인 마음이 가득했다”며 “그런데 한대웅 검사님은 달라도 너무 다른 분이었다. 유족과 지인의 마음으로 조언하시고 사건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하게 해 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검찰로 넘어온 뒤 검사님께 자주 문의도 드리고 도움을 받으면서 검사님은 정말 다르시다고 느꼈다”며 “검사님께서 심사숙고 내려주신 사형 구형과 결과가 달라 유족분들께 죄송하다고 하시면서 함께 마음 아파하신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김태현은 지난해 3월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서울 노원구에 있는 피해자 A 씨의 집에 침입해 A 씨의 여동생과 어머니, A 씨를 차례로 살해했다.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A 씨가 연락을 거부하자 범행 시점 약 2개월 전부터 A 씨를 스토킹해 왔다.

한 검사는 같은 해 4월 이 사건을 수사해 김태현을 살인·절도 등 5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1심에서 “범행의 동기와 수단·결과에 비춰 피고인의 범죄는 가히 반사회적 범죄로 규정될 극악한 유형이다. 영원한 사회격리만이 정당한 정의 실현을 달성하기 위해 적합한 수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김태현이 수사 및 재판 내내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한 점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검찰이 구형한 사형은 받아들이지 않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한 검사는 피해자 중 한 명의 휴대전화를 분석해 김태현이 피해자 세 모녀 중 작은딸을 살해한 뒤에도 살아있는 것처럼 어머니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해 ‘계획범죄’라는 점을 입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2심 재판부도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며 대법원 역시 “범행의 동기와 내용, 범행 후 행동 등 사정에 비춰 보면 원심이 무기징역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유족 측은 “(한 검사님의) 공감하시는 진심의 눈빛을 볼 때마다 감사했다”며 “세상에 대한 원망과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하며 편지를 마쳤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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