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새 정부 출범 후 돌파구 찾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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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서 상정조차 못돼 무산,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에도 빨간불
군위군 곳곳 “대구 편입 이행하라”, 인구수 2만여 명 남짓… 소멸 위험
김 군수, 지난달 윤 당선인과 만나… “대구 편입, 당 차원서 협의 약속”

올해 2월 8일 군위군 통합신공항 추진위원회의 차량들이 경북 안동에서 군위 대구 편입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군위군 제공
올해 2월 8일 군위군 통합신공항 추진위원회의 차량들이 경북 안동에서 군위 대구 편입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군위군 제공
“현재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8일 오후 경북 군위군 사무실에서 만난 박인식 공항추진단장은 깊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2017년 발족한 군위군 공항추진단은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에 건립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계획이 2020년 8월 확정되면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올해 2월부터 모든 업무를 중단했다. 통합신공항 건설의 전제 조건으로 꼽혀온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이 무산되면서다. 박 단장은 “직원 10명이 그동안 추진했던 자료를 검토하는 작업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수년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집무실에서 만난 김영만 군위군수도 “대구·경북 510만 시도민의 염원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 좌초 위기 맞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대구 동구에 있는 군 공항(K-2)과 민간 공항인 대구국제공항을 이전해 새 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대구·경북 주민들은 통합신공항이 건립되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청년 인구 유출, 초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놓인 경북과 산업 구조를 개선해 활로를 모색해야 할 대구에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통합신공항 건설에 따른 직간접 경제 효과는 51조 원에 이르고, 약 40만 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장기적인 경기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날 새로운 재도약의 기회로 통합신공항 건립을 꼽는 이유다.

당초 군위군은 통합신공항을 우보면에 단독으로 유치하려 했지만, 정부는 주민 투표를 통해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에 걸쳐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군위군이 강하게 반발하자 2020년 7월 대구·경북 정치권(시도지사, 국회의원, 시도의원)은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을 공동으로 합의하고 약속했다.

그러나 올해 2월 국회 입법 과정에서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이 불발되면서 통합신공항은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군위군은 국민의힘 김형동 국회의원(경북 안동-예천)이 반대하면서 대구시 편입안의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이 무산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군위를 대구에 편입시키는 것은 통합신공항 건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중앙에 가면 여러 정치세력이 있는데 저 혼자 (대구 편입을) 반대했다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다. (국회의원들 사이에선)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편입 절차 없이 공항을 유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선 군위군이 대구에 편입되지 않으면 통합신공항 사업은 한걸음도 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위군 관계자는 “개발행위와 도시계획 등의 허가권한이 지방자치단체(군위군)에 있다. 전제 조건 이행 없이 강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군위군 주민들의 반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한배 군위군통합신공항추진위원회장은 “대구시 편입을 명시한 공동합의문이 없었다면 통합신공항 사업은 발도 떼지 못했을 것”이라며 “약속대로 하지 않으면 전체 사업을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새 정부 출범으로 돌파구 찾을까
현재 군위군 곳곳에는 ‘대구 편입 이행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빽빽하게 걸려 있다. 최근 경북매일신문이 지역민 529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전체의 67.3%가 ‘대구 편입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군위군 주민들에게 대구 편입은 단순히 통합신공항 사업의 전제 조건을 넘어 미래가 달린 생존의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현재 군위 인구는 약 2만3000명. 전국 228개 지자체 가운데 여섯 번째로 인구가 적고, 이마저도 매년 줄고 있어 지역 소멸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군위군은 도시가 사라질 가능성을 나타내는 소멸위험도(2021년 기준 0.11)가 전국에서 가장 높다. 앞으로 20, 30년 뒤에는 도시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군은 각종 인구 부양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군위군 주민 박모 씨(65)는 “대구에 편입되면 도시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현재 포화 상태인 대구 지역 산업단지가 신공항과 가까운 군위로 이전할 수도 있어 지역 발전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농민수당 등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편입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다. 군위군 관계자는 “지역민 상당수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구시와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군위군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상대로도 대구시 편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김 군수는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만났고, 당선인께서 사업을 조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구 편입도 당 차원에서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새로 꾸려진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도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군위=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경북 군위군#대구시 편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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