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폭 안되는 복도, 인명피해 불러…영등포 고시원 화재 2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1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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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6시 33분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한 고시원 2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 화재로 현재까지 2명이 사망했다. (소방청 제공) 2022.4.11/뉴스1
11일 오전 6시 33분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한 고시원 2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 화재로 현재까지 2명이 사망했다. (소방청 제공) 2022.4.11/뉴스1
1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시원에서 원인 불명의 불이 나 기초생활수급자인 거주자 2명이 숨졌다. 소방당국은 고시원 복도가 폭 1m가 안 되고 구조도 복잡해 사망자들이 탈출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3분경 영등포동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이모 씨(75)와 김모 씨(64)가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나머지 고시원 주민 16명은 긴급 대피해 목숨을 구했다. 잠옷 차림으로 대피한 한 주민은 “소지품도 챙길 새도 없었다”고 했다. 이날 불은 3층짜리 건물 중 고시원이 있는 2층을 모두 태우고 오전 9시 40분경 진화됐다.

고시원의 열악한 주거 환경 탓에 화재가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고시원은 복도 너비가 90㎝ 정도로 좁아 한 명이 방문을 열면 다른 사람이 지나갈 수 없는 구조다. 고시원 주민 B 씨는 “두 사람이 동시에 복도를 지나기 어려울 정도로 좁았다”고 했다. 숨진 이 씨와 김 씨는 각각 고시원 복도와 휴게실에서 발견됐다.

2015년 마련된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에 따르면 고시원은 복도 폭이 1.2m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해당 고시원은 2008년부터 운영돼 해당 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불이 난 고시원에는 주로 일용직 노동자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 고령자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경찰은 화재가 숨진 이 씨의 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고시원 주민들은 “이 씨가 전자 제품을 여럿 사용해 누전차단기가 내려간 적이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화물질은 찾지 못했으며 방화와 실화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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