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력 10년 넘긴 법조인, 8년간 평균 18명만 판사 지원[법조 Zoom in]

박상준 기자 , 김태성 기자 입력 2021-09-04 15:00수정 2021-09-0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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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조직법 개정안 부결로 판사 부족사태 우려 커져
대법원, 판사 지원자 수 최초 공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신임 판사 임용 과정에서 10년 이상 법조경력을 가진 지원자가 평균 18명에 그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대법원이 판사 지원자 경력 통계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법대로 2026년부터 10년 이상 법조 경력자만 판사에 지원하게 될 경우 판사 부족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판사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최소 경력을 5년 이상으로 유지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 “판사 희망자 많다? 통계상 지원자 부족”
동아일보 DB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0년 이상의 변호사, 검사 경력을 가진 판사 지원자는 2013년 12명, 2014년 19명, 2015년 17명, 2016년 14명, 2017년 5명으로 파악됐다. 총 지원자 수와 비교해도 10년 이상 경력자의 지원은 미미했다. 2018년 판사 지원자는 총 119명이었는데 이중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가진 지원자는 14명(11%)이었다. 2019년에는 총 263명의 지원자 중 23명(8%), 2020년 총 524명의 지원자 중 43명(8%)이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가진 지원자였다. 대법원이 판사 합격자가 아닌 지원자 수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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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경력자는 판사 지원 자체가 적을 뿐더러 인성·구술 면접 등을 통과하지 못해 합격률도 저조했다. 지난해 10년 이상 경력자의 지원은 43명(8%)으로 역대 최다였지만 이중 5명(11%)만이 최종적으로 판사로 임용됐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판사 지원자 통계는 2026년부터는 전체 판사 수가 급감할 수 있다는 법원의 우려를 뒷받침한다. 2013년 시행된 법조일원화 제도에 따라 현행 법원조직법은 올해까지 5년, 내년부터 7년, 2026년부터 10년 이상의 변호사·검사 경력을 쌓은 법조인만 판사를 임용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대법원은 10년 이상 경력자만 판사로 임용하면 각 분야에서 자리를 잡은 변호사나 검사는 판사에 지원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10년 경력을 쌓은 변호사가 법무법인(로펌) 내 승진을 거절하고 지방 근무와 연봉 감소가 뒤따르는 판사직에 지원할 유인이 적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판사 임용 시 필요한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도록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일각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4표 차로 부결됐다. 21대 국회 들어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는데 본회의에서 부결된 법안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이날 본회의 반대토론에서 “판사 희망자가 없는 게 아니다. 필기시험을 없애고 법원이 아니라 국회와 정부, 시민단체가 판사를 뽑아야 한다”며 판사 부족 사태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통계에서 보듯 10년 이상 경력자만 판사에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할 경우 판사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이 의원이 간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법원 1년에 소송 663만건 접수…판사 수는 매년 정원 미달
정의와 균형을 상징하는 저울과, 법전을 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상. 동아일보 DB

선발되는 판사 수가 부족해지면 피해는 재판 받는 국민들이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판사 현원은 3036명으로 정원 3214명에 비해 178명이 부족했다. 2019년에는 정원 3214명에 현원 2980명으로 234명이 모자랐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판사 수는 매년 정원 미달이었다.

판사 수가 부족하게 되니 1명의 판사가 담당하는 재판이 많아지고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9년 1년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소송 사건은 등기나 가족관계등록 등을 제외하고 민사·형사·행정·가사 소송 등을 합쳐 총 663만4344건이었다. 같은 해 판사 현원이 2980명이므로 판사 한 명이 한 해 동안 2226건의 소송을 새로 접수한 셈이다. 판사 한 명이 맡는 소송이 점점 많아져 법원의 미제 사건 관련 통계는 매년 악화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각에서는 ‘법원이 빠른 사건 처리가 가능한 젊은 법조인을 선호해 10년 이상 경력자가 많이 지원하는데도 합격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이번에 최초로 공개된 통계는 애초에 10년 이상 경력자는 지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퇴직 판사는 매년 50~70명인데 신규 지원자는 20~40명이라면 언젠가 법원이 텅 비는 날도 오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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