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조직개편안’ 반대하며 박범계 들이박은 김오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4일 1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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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검찰 인사 협의를 하고 있다. 2021.6.3    법무부 제공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검찰 인사 협의를 하고 있다. 2021.6.3 법무부 제공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3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검찰 형사부의 ‘6대 범죄’ 직접 수사를 금지하는 ‘검찰 조직개편안’ 재고를 강력히 요청한 것은 그만큼 이 문제가 검찰의 존립과 김 총장의 지휘권 확보에 있어 중대한 요소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호남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을 역임하며 정권과 코드가 맞는다는 김 총장이라 할지라도 형사부의 직접 수사권이 사라진 검찰을 지휘하는 것은 ‘식물 총장’으로 전락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곧 단행될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총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3일 회동에서 김 총장은 박 장관이 추진 중인 검찰 조직개편안에 대해 일선 검사들의 우려를 전달하면서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김 총장은 국민 생활과 직결된 6대 범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분을 열어줘야 한다며 ‘민생 우선’을 명분으로 박 장관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도 김 총장 의견에 일부 공감했지만 형사부의 6대 범죄 직접 수사 금지라는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직개편안은 검찰 조직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형사부의 직접 수사를 금지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에 준하는 중대 조치로 평가된다. 6대 범죄 직접 수사는 통폐합되는 소수의 인지부서에서만 맡고, 대부분의 검사가 일하는 형사부는 직접 수사 기능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이 안이 시행되면 정권 입장에서는 임기 말 여권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민감한 검찰 수사를 통제하기가 용이해질 수 있다.

3일 박 장관과의 회동에서 김 총장이 검찰 조직개편안을 강하게 반대한 것은 조직의 수장으로서 검찰이 무장해제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정권에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검찰총장에 임명될 때까지는 인사권자 및 정부와 코드를 맞출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총장에 임명된 이상 법에 보장된 권한을 토대로 조직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목소리를 내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비리 수사에서 권력이 나오는 검찰총장으로서는 형사부의 직접 수사 기능이 사라지면 종이호랑이 검찰을 지휘하는 셈이 된다. 아무리 친정부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 총장이라 할지라도 수사권이 크게 제약된 검찰을 지휘하는 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이번에 김 총장이 검찰 조직개편안 시행을 막지 못한다면 일선 검사들의 동요가 커지면서 검찰은 급속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 이제 막 2년 임기를 시작하면서 ‘조직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김 총장은 제대로 일을 해보기도 전에 조직이 와해되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총장으로서 자신의 권한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후배 검사들로부터는 ‘조직을 지키지 못했다’는 원망을 내내 들어야 할 수도 있다.

대통령령으로 추진되는 검찰 조직개편안은 8일 국무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제한 없는 검사의 범죄 수사 권한을 규정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상위법과 충돌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법조계와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대검은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직개편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지난달 31일 법무부에 제출했다. 올 초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통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하다 3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로 일시 보류했던 여권이 검찰 조직개편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검찰 수사권 제약 목표를 달성할지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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