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모욕’ 고소 취하…“옳은 판단” vs “무조건 참나”

뉴시스 입력 2021-05-05 08:06수정 2021-05-0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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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모욕 혐의 남성…고소 취하
"고소 사례 쌓이면 자기 검열할 듯"
"근거 없는 비판은 혼란 부추길 것"
청와대 "개별 사안 따라 판단할 것"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과 가족들을 모욕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30대 남성 고소 취하를 지시하자 ‘적절한 대응’이라는 관점과 ‘불필요한 조치’라는 시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5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2019년 전단 배포에 의한 모욕죄와 관련해 처벌 의사를 철회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으로서 모욕적인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이번 사안에 대한 처벌 의사 철회를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지난달 초 30대 A씨를 모욕죄,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문 대통령에게 여러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모욕죄는 당사자의 고소 혹은 고소 동의가 있어야 하는 친고죄인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자신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국민을 고소하는게 과면 맞느냐는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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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진 청년 정의당 대표는 지난 3일 정의당 대표단회의에서 “독재국가에서는 대통령 모욕이 범죄일지 모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라는 위치는 모욕죄가 성립돼선 안 되는 대상”이라며 “배포된 내용이 어떤 것이었든 대통령에 의한 시민 고소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지난 4일 논평을 내고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라면 누구든 국가정책, 대통령, 공직자 등에 대해 감시를 할 수 있고, 최고 권력자나 고위공직자 등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며 “문 대통령 비난 전단지 또한 정치적 반대 의견을 가진 국민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들 단체처럼 고소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봤던 시민들은 이번 청와대의 결정을 환영했다.

김모(31)씨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양하긴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고소까지하는 것은 과하지 않나 싶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고소 사례가 쌓이다보면 정치 이야기를 할 때 눈치가 보이고 자기 검열을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여론이 안 좋으니까 떠밀려서 고소를 취하한 것 같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맞는 방향”이라고 보았다.

이모(63)씨는 “옛날엔 대통령을 욕하면 끌려가는 시대였지만 지금 세상은 다르지 않냐”며 “욕이든 칭찬이든 최대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로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의 고소 취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대통령을 국가의 수장이 아닌 한 명의 개인으로 인식한다면
경우에 따라서 형사 소송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모(26)씨는 “대통령이 국민을 고소했다는 관점에서 보면 논란이 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문재인이라는 개인이 자신을 도 넘게 비난한 행동에 모욕감을 느껴 고소한 것이므로 문제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모(27)씨는 “대통령이면 다 참아야 하나. 이런 문제에 있어 대통령에게 더 가혹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근거 없는 비판엔 제어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건전한 정치 토론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모(32)씨는 “아무리 정치인이고 대통령이어도 근거 없는 비난을 들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당성이 떨어지는 비판은 사회적 논의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고 혼란만 부추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씨는 “친일파라는 게 팩트가 아니니까 고소한 것 아니겠느냐”며 “완전한 허위를 전단지까지 뿌려가면서 말하는 건 문제가 맞는 것 같다. 옳고 그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 대변인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떠난 일본 극우 주간지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인용하는 등 국격과 국민의 명예, 남북관계 등 국가 미래에 미치는 해악을 고려해 대응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박 대변인은 고소 취하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앞으로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정부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고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행위는 적어도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다는 취지에서 개별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국격과 국민의 명예, 국가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7월께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의 아버지 등이 일제 강점기 시절 친일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담긴 전단을 배포한 혐의를 받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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