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 북소리 같은 구조요청에…농업용 수조에 빠진 수달 구사일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30일 1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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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8시 40분경 전남 해남군 계곡면 한 시설하우스.

농사일에 분주하던 A 씨(32)가 둥둥하고 퍼지는 정체불명의 소리를 들었다. 마치 북소리 같았다. 뭔가 이상함을 느껴 소리가 나는 장소를 찾아봤다. 낯선 소리는 철조망 넘어 10m떨어진 농업용 수조에서 퍼졌다.

그는 철조망을 넘어 수조의 철제 뚜껑을 열어봤다. 수조는 깊이 4m, 가로세로 2m길이로 콘크리트 구조물이었다. 사각형 형태 수조를 들어다보니 바닥에 천연기념물 330호 수달 한 마리가 있었다. 약 70㎝길이로 완전히 자란 성체였다. 수달을 구조하려했지만 실패해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해남소방서 119구조대 이종화 소방경 등 구조대원 5명이 출동했다. 구조대원들은 수조에 사다리를 설치해 내려갔다. 그물망으로 수달을 잡고 인근 서식처에 풀어주는 30분 정도가 걸렸다.

구조대원들은 수조 위부분에는 물을 나오는 지름 20㎝크기 구멍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수조 인근 수달 서식처에도 작은 구멍이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수달이 수조 구멍을 서식처 입구로 착각해 들어갔다가 4m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조에 빠진 수달은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콘크리트 벽을 두드렸던 것으로 보인다. 수조 바닥은 3~4㎝깊이 물로 잠겨있는데다 막힌 공간이어서 수달이 벽을 두드린 것이 공명현상을 일으켜 마치 북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수달이 살기 위해 벽을 두드려 북소리 같은 마치 구조요청을 한 모양새가 됐다. 이를 들은 A 씨의 작은 관심으로 수달은 구사일생했다.

이종화 소방경은 30일 “영리한 수달이 포획하려는데 너무 빠르게 도망 다녔다. 수달을 건강한 상황에서 구조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해남=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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