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심사제’가 인천 아파트 공급 막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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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초 심사규정-시행세칙 전면 개정
인근 아파트 시세의 85∼90% 적용
분양가 낮아 아파트 분양 연기 속출

이달 초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에 나설 예정이었던 인천 부평구 A아파트 사업장.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이견으로 입주자 모집이 연기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이달 초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에 나설 예정이었던 인천 부평구 A아파트 사업장.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이견으로 입주자 모집이 연기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거품을 막겠다’며 도입한 ‘고분양가 심사제’가 오히려 인천 지역 아파트 공급 연기 사태로 번지고 있다. 고분양가 심사제로 아파트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주택 업계 관계자는 “노후 아파트가 많은 인천지역 분양 현장에서 고분양가 심사제는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28일 인천지역 주택업계에 따르면 2월 초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고분양가 심사규정 및 시행세칙을 전면 개정했다. 바뀐 분양가 산정방식에 따르면 사업지 반경 1km 내 ‘분양 사업장’과 ‘준공 사업장’ 2곳을 비교해 높은 금액으로 분양가를 결정하도록 했다. 다만 ‘인근 지역 매매가’와 비교해 작은 금액으로 분양가를 책정한다는 단서 조항을 붙였다. 사실상 인근 시세 평균 아파트 가격의 85∼90%를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새로운 고분양가 심사제가 시행되면서 낡은 아파트 단지가 많은 인천지역에서는 아파트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4월 초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에 나설 예정이었던 부평구 A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HUG와 분양가 이견으로 분양이 연기된 상태다.

이 아파트 경우 지난해 5월 분양한 부평 SK뷰·해모로(전용 84m²기준, 분양가 3.3m²당 1698만 원)를 분양 기준 비교사업장으로 삼아 주택변동률을 적용해 3.3.m²당 1800만 원대 분양가를 기대했다. 그러나 인근 지역 매매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서 분양가가 턱없이 낮아졌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가는 사업장 인근(반경 500m) 20년 이내 준공된 아파트(100가구 이상)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 조건에 맞는 부평 신성미소지움 등 인근 단지 3곳이 선정돼 시세 상한선 90% 적용했더니 분양가가 1200만 원대로 나왔다. 턱없이 낮은 분양가로 인해 분양은 뒤로 미뤄졌고 아파트 분양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주민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 6공구 아파트 용지를 지난해 매입한 B사도 올 11월경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지만 ‘고분양가 심사제’로 인해 고민에 빠졌다. 주변 아파트 가격 시세가 현실화되지 않아 고분양가 심사제에 따른 분양가 산정이 쉽지 않은 탓이다.

B사 관계자는 “포털 사이트의 송도 6공구 아파트 시세는 3.3m²당 2700만∼3200만 원이지만 이 분양가를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후분양을 생각할 만큼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송도에서 아파트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아파트 가격이 더 상승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분양가 심사제로 인해 인천에서는 아파트 분양 가구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올 1∼3월 인천에서 공급된 아파트는 총 4957가구(일반 분양 기준)다. 그러나 분양 성수기에 들어선 4월에는 1408가구(일반분양 기준)를 분양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구 검단신도시 중심으로 공급됐을 뿐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고분양가 심사제 개정에서 신설된 ‘인근 지역 매매가 규정’이 가장 불합리하다”며 “인근 지역(반경 500m) 시세의 90%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비현실적인 분양가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개정된 고분양가 심사제로 인해 전국의 아파트 현장이 시끄럽다. 부산 온천 4구역 정비사업장은 HUG가 제시한 일반분양가를 거절해 분양이 늦춰져 5월 재심사를 한다. 새 아파트가 많은 대구에서는 주변 시세를 반영하다 보니, 분양가가 더 뛰어 전용면적 84m²의 분양가가 9억 원을 넘는 사례가 등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아파트 공급이 미뤄지는 등 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고 업계 의견을 들어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고분양가 심사제#인천 아파트#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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