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장 추천됐던 판사, ‘1000만원 수수 의혹’ 수사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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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조언 대가로 금품 받은 의혹
경찰, 청탁금지법 위반 의견 檢송치
해당 판사 “그런 사실 없다” 부인


법원장 추천됐던 판사, ‘1000만원 수수 의혹’ 수사받아
최근 대법원 인사를 앞두고 일선 판사들이 법원장 후보로 추천했던 부장판사가 금품 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21일 밝혀졌다.

현직 판사의 금품 수수 의혹이 불거진 것은 2015년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사건 이후 약 6년 만이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A 부장판사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사건을 지난달 20일경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과 검찰 등에 따르면 A 부장판사는 2018년 지인 B 씨가 이혼소송을 제기한 뒤 법원에 제출할 소장을 작성하는 데 조언을 해준 뒤 B 씨로부터 현금 1000여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 씨의 남편은 국민권익위원회에 A 부장판사의 금품 수수 의혹을 신고했고, 권익위는 관련 의혹을 경찰에 이첩했다.

경찰은 B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며, B 씨에 대한 금융계좌 등을 추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A 부장판사의 동의를 얻어 금융거래 내역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A 부장판사는 경찰에서 “현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 부장판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간이 가면 오해가 풀릴 것으로 생각해서 가만히 있었던 게 참 괴롭다”면서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A 부장판사는 법원장 추천제로 진행된 법원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일선 판사들이 추천한 법원장 후보 3명 중 1명에 뽑혔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인사 발표를 앞두고 돌연 임명 동의를 자진 철회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A 부장판사 대신 다른 부장판사가 법원장에 임명되자 법원장 추천제가 허물어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장 인사 이후 법원 내부망에 “일부 후보자의 동의 철회 등 사정 변경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사정 변경 등이 금품 수수 의혹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A 부장판사가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관련법에 따라 법원에 통보됐고, 법원행정처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운호 게이트’ 이후 첫 판사 금품수수 의혹… ‘공수처 1호’ 되나
법원장 추천 후보가 '김영란법 위반'

지난달 28일 법원장 인사가 발표되기 약 일주일 전인 20일경 경찰은 A 부장판사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며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A 부장판사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의해 소속 법원 판사들의 추천을 받아 법원장 후보 ‘1순위’로 꼽혔지만 법원장 인사 발표 전 스스로 임명 동의를 철회했다. 2016년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경찰이 현직 판사를 김영란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A 부장판사는 “처음에 대응을 하지 않았더니 일이 이렇게 돼 버렸다. 금품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 “법률 조언하고 금품 전달” 권익위 신고

2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부장판사는 2018년 지인 B 씨가 이혼소송을 제기하자 소송 서류 작성 등에 법률 조언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B 씨 부부와 A 부장판사는 오랜 기간 자주 만나며 부부동반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B 씨의 배우자는 A 부장판사가 B 씨에게 법률 조언의 대가로 현금 1000여만 원을 받았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권익위는 사건을 경찰에 이첩해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B 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금융계좌를 추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A 부장판사는 “돈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계좌 추적에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A 부장판사는 현금을 받은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판사가 주변 사람들에게 법률 상담을 해주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현금 등 금품을 받았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 김영란법 제8조는 공직자가 그 명목에 상관없이 같은 사람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또는 1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은 A 부장판사가 직무와 관련된 대가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뇌물수수죄가 아닌 김영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 A 판사 “금품 받은 적 없다” 부인

A 부장판사는 소속 법원 판사들의 추천을 받은 법원장 후보 ‘1순위’였다. 하지만 법원장에는 추천을 받지 않은 다른 부장판사가 부임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이 A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법원장 후보에서 물러나라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A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법원장 인사가 발표되기 전 수사를 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스스로 임명 동의를 철회했다. A 부장판사는 “대법원으로부터 법원장 후보에서 물러나라는 전화를 받은 적은 전혀 없다”며 “처음 법원장 후보로 추천됐을 때는 (금품 수수 관련) 오해가 풀릴 것으로 생각하고 임명에 동의했지만 인사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오해가 풀리지 않아 스스로 철회했다”고 말했다.

현직 판사가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사건은 2014∼2015년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사건 청탁과 함께 거액을 수수해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김수천 전 부장판사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호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공수처는 판사 비위 의혹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수사 중일 경우 이첩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수사기관은 이 요구를 따라야 한다.

박상준 speakup@donga.com·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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