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산 이어 서울도 자사고 손들어줘… “새 기준 소급적용 부당”

최예나 기자 , 이소정 기자 입력 2021-02-19 03:00수정 2021-02-19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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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세화고 자사고 취소 위법”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18일 배재고와 세화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인정하면서 서울시교육청이 취소를 추진하는 과정에 명백한 위법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교육당국이 재지정 평가 기준(커트라인)을 갑자기 올렸고 △지표를 바꿈으로써 ‘공표된 심사기준에 따라 공정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요청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고교서열화의 부작용이 드러났다면 달리 운영하도록 해야지 평가기준을 갑자기 바꾸는 방식은 옳지 못하다”고 판결했다.

○ 법원 “자사고 지정 취소 부당”

이번 소송에서 서울지역 자사고들이 2019년 재지정 평가가 부당했다고 주장한 핵심은 두 가지다. 우선 서울시교육청이 당초 기준과 달리 재지정 커트라인을 기존 60점에서 70점으로 올렸고, 감사 등 지적사례로 감점할 수 있는 점수를 3점에서 12점으로 늘렸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훈)는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평가지표와 평가기준에 중대한 변경을 가하고, 그 기준을 (앞선) 5년간의 평가에 소급 적용했다”며 “이는 처분기준을 미리 공표하도록 하고 있는 갱신제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자사고라는 제도가 고교 교육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국가 판단에 따라 만들어지고 유지돼 온 만큼 교육제도에 대한 신뢰와 안정성 측면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새로운 교육제도는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하게 시행되므로 이를 다시 변경하는 것은 다수의 이해관계인뿐 아니라 국가의 교육시책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과도한 입시 경쟁, 학교 격차, 교육 불평등, 사교육비로 얼룩진 교육 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노력에 반하는 판결”이라며 사법부를 비판했다. 또 “나머지 6개 자사고 소송에서는 고교교육 정상화의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서울 자사고들은 8개 학교가 모두 승소하면 잘못된 평가로 학교 명예를 실추시킨 조 교육감을 형사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오세목 자사고공동체연합 대표는 “재지정 평가를 시정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는데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학사 운영에 지장을 초래한 위법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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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고 지위 지켰지만 4년 후 ‘일괄 폐지’

자사고들은 이번 소송에서 이겼지만 앞길이 녹록지 않다. 현 정부는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없어져야 할 학교들로 보기 때문이다. 이미 교육부는 2025년 3월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따라서 자사고들이 이번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다 하더라도 그 지위는 2025년 2월까지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자사고들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자사고 지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현 정부의 교육정책 상당수가 차질을 빚게 된다. 교육부는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폐지를 전제로 2025년 전국 모든 일반고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사고 등 학력 우수 고교들이 남게 될 경우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 등 관련 정책이 이들 학교에 크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시행령대로 자사고 일괄 폐지가 확정되면 자사고들은 2024년 12월 다른 일반고들과 함께 2025학년도 신입생 원서를 받아야 한다.

최예나 yena@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이소정 기자
#법원#자사고#소급적용#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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