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영 법무부차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를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중간 간부인 과장급 검사 12명은 이날 오전 고 차관을 면담해 “징계청구가 부당하며, 이견을 표명한 법무부 검사의 직무 배제 등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고 차관은 당일 추 장관을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추 장관은 사표를 즉시 반려했지만 고 차관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고 차관은 1일 법무부로 출근했지만 집무실 밖을 나오지 않았고, 추 장관이 사표를 수리한 이날 오후 늦게 법무부청사를 떠났다. 고 차관의 이탈로 추 장관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윤 총장 강제퇴출 시나리오가 분기점을 맞고 있다.
● 징계위원회 이틀 전 징계위원장 사직
고 차관은 추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2일로 예정됐던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 개최를 둘러싼 절차적 위법성과 무리한 징계 논리 구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고 차관이 추 장관의 징계위 독주를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자신의 사직 밖에 없었다고 느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위법성을 인지한 고 차관이 징계위를 강행했을 경우 향후 검찰 수사나 진상조사 등을 우려해서 회피한 것이라는 해석도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검사징계법상 법무부차관인 고 차관은 당연직 징계위원이다. 징계청구권자는 징계위원회에 참석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한 추 장관은 징계위원회에서 배제됐다. 이에 따라 고 차관이 추 장관을 대신해 권한대행으로 주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 차관이 사직하면서 추 장관이 징계위를 강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검사징계법에는 장관의 부재시 차관의 위원장 권한대행에 관한 규정은 명시되어 있지만 장관과 차관의 동시 부재시 누구를 위원장으로 할지에 대한 근거가 없다. 법무부 직제 상 차관 바로 아래 직급은 심우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다. 하지만 심 실장은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과정에서 추 장관과 이견을 보이면서 결재 라인에서 배제됐다. 추 장관으로서도 심 실장이 이끄는 징계위원회를 강행했다가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가 의결될 것이라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 4일로 연기된 징계위 개최 여부 불투명
법무부는 이날 오후 6시 9분 경 징계위를 4일로 전격 미뤘다. 법무부는 입장문을 통해 “충분한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검찰총장의 (연기) 요청을 받아들여 검사징계위원회를 4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징계위 연기가 법무부 내부 사정이 아닌 윤 총장의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설명한 것이다.
윤 총장의 법률대리인 이완규 변호사는 이날 오전 법무부 징계위의 기일 변경을 신청한 것은 사실이다. 이 변호사는 “징계심의 절차에서의 방어 준비를 위해 징계기록 열람등사신청, 징계 청구 결재문서, 징계위원 명단 등에 대한 정보 공개 청구를 했다”며 “법무부에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어 해명의 준비를 할 수 없다”고 기일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윤 총장 측은 법무부 감찰위원회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류혁 법무부 감찰관 등을 징계위원회의 증인으로 신청했다.
징계위원 6,7명은 추 장관이 지명하는 인사 위주로 구성된다. 추 장관이 지명한 검사에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2명이다. 추 장관이 위촉한 변호사와 법학교수, 학식과 경륜을 갖춘 사람 등 각 1명씩도 징계위원이 된다. 윤 총장 측은 심 국장에 대해서는 기피를 신청할 예정이다. 심 국장은 윤 총장 징계의 근거가 된 ‘판사 사찰 문건’을 추 장관에게 제보했으며, 대검 감찰부가 관련 문건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현장을 지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윤 총장 측 변호인은 “징계위원에 심 국장이 들어가는 게 확정되면 징계위 현장에서 바로 기피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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