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훔쳐 징역 1년 선고받은 ‘코로나 장발장’ 항소장 제출

  • 뉴시스
  • 입력 2020년 10월 29일 15시 15분


코멘트

1심 변호인 "공소사실 부인하거나 1심 판결에 불복하는 건 아냐"
울산지법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과에 따라 형량 낮아질 수 있어
"공소장 절도로 변경되면 벌금형 또는 최저 징역 1개월 가능"

고시원에서 달걀 18개를 훔친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일명 ‘코로나 장발장’으로 불린 A(47)씨가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1심 국선변호를 맡았던 변호사 측은 29일 “공소사실을 부인하거나 1심 판결에 불복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최근 울산지법이 생계형 범죄에 대한 징역형이 가혹하다는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함에 따라 향후 이 결과에 따라 A씨 형량이 달라질 수 있어 항소를 제안하자 A씨가 항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울산지법 형사5단독(부장판사 이상엽)은 앞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기소된 B(40)씨 사건에 대해 위법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지난 6일 밝힌 바 있다.

B씨는 2019년 6월 울산 남구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 3차례에 걸쳐 9만원 상당의 아이스크림 90개를 몰래 가져간 데 이어 같은해 8월에도 주점 앞에서 취객을 부축하는 척하며 가방 안에서 현금 48만원과 4만원 상당의 향수를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후에도 1차례 식료품 가게에서 과자와 스팸 등 1만8000원 상당을 훔쳤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2001년 7월 절도죄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것을 시작으로 상습 절도를 저질러 여러 차례에 걸쳐 실형을 선고를 받은 데다 범행 당시 누범기간이어서 실형 선고가 불가피했다.

현행 법률상 상습 강도와 절도죄 또는 그 미수죄로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같은 죄를 저지르면 최소 2년 이상에서 최고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이상엽 판사는 “해당 법률이 교화나 재범 방지보다는 엄벌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생계형 절도범에게까지 집행유예가 허용되지 않고 징역형만을 적용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해당 법률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

이른바 ‘코로나 장발장’으로 불린 A씨도 지난 3월 23일 새벽 수원의 한 고시원에서 달걀 한 판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에 연루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달걀을 훔친 사건으로 검거된 뒤 구속됐다.

당시 진행된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등 제대로 임하지 않은 데다 동종 전과가 9건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현재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로 복역 중이다.

A씨에 대한 재판은 지난 7월 1심 선고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한 언론이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A씨가 생계가 어려워진 상태에서 이 같은 범죄를 저질러 징역형을 받을 처지에 몰렸다고 보도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영국 국영방송인 BBC의 로라 비커 서울특파원은 자신의 SNS에 “한국 검사들은 배가 고파 달걀을 훔친 남성에게 18개월 형을 요구한다. 이는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와 똑같은 형량”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지난 9월 우발적인 범행인 것을 고려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고,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이달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법관 재량으로 형량을 절반까지 낮춰주는 ‘작량감경’을 통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의 변호인은 “(울산지법이 낸 위헌제청과 별개로) 수원지법에서 A씨와 비슷한 사례로 항소심에서 검찰 측이 공소장을 변경해 특가법이 아닌 단순 절도로 공소장을 변경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항소심에서 검찰의 공소장이 절도로 변경되면 위헌제청과 관계없이 벌금형이나 최저 징역 1개월로 낮춰질 수도 있다”고 추가적인 양형 감경 여지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만약 울산지법이 헌재에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이 기각될 경우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통한 항소심 양형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A씨는 B씨처럼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의 항소심은 다음달 중순이 지나서야 열릴 전망이다.

【수원=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