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유·무죄 한끗차이…법원이 본 ‘양심’ 뭐길래

  • 뉴스1
  • 입력 2020년 10월 28일 0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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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처음 시행된 지난 26일 오후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63명이 입교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10.26/뉴스1 © News1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처음 시행된 지난 26일 오후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63명이 입교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10.26/뉴스1 © News1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 의무를 등진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가 본격 시작되면서 이들에게 내려진 ‘면죄부’에 관심이 쏠린다.

병역 거부자들이 주장하는 종교적 신념에 대해 대부분의 1심 재판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진정하게 성립된 양심에 따른 것이라면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죄를 묻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결국 지난 2018년 헌법재판소의 병역법 제5조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병역의 종류로 종교적 신앙 등에 따라 현역 등 복무를 대신하는 제도가 마련돼 실제 이행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7월 대전고법이 내린 양심적 병역거부자 2명에 대한 무죄 판결에서 재판부는 이들이 주장하는 ‘양심’이 신념의 깊이와 진실성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당시 병역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각각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20대 남성 2명이 모두 어려서부터 종교생활을 했다는 점, 실형을 선고받고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점, 대체복무가 도입된다면 따를 의지가 있다는 점 등에서 이들의 신념이 병역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양심’이 여러 사정 상 검증되더라도, 사소한 차이가 결과를 뒤바꾸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해 법 신뢰를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대전지법은 파기환송 끝에 배당된 병역법 위반 사건 피고인 A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씨 역시 종교적 신념으로 일관되게 병역을 거부하면서 이에 반하는 행위를 해왔다고 보기 어려웠지만, 총기를 들고 상대방과 싸우는 폭력성이 짙은 FPS 게임을 즐겼다는 이유로 죄를 면하지 못했다.

반면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총게임을 즐기긴 했으나 10년 넘게 특정 종교인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 종교에 가입한지 1년 남짓 된 C씨는 병역을 기피하다 재판에 넘겨졌지만, 어머니의 영향으로 교리를 공부해왔고, 활동 시기로 종교적 믿음을 단정지을 수 없다며 지난해 서울남부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종교적 신념이 병역 거부의 합당한 이유로 부상하면서 이를 악용하려는 모습도 눈에 띄고 있다. 다만 병역을 등질만한 양심에 대한 검증은 철저하게 이뤄지는 분위기다.

지난 9월 대법원 3부는 9년 만에 종교 활동을 재개한 뒤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기피한 D씨에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했다.

D씨가 공갈 등 혐의로 7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FPS 게임을 즐겼다는 이유도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중 특정 종교에 가입해 3달간 무단결근 끝에 종교적 신념을 주장한 E씨는 지난 3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게 됐다.

당시 대법원은 E씨가 주장하는 종교적 양심이 반드시 헌법 상 병역 의무보다 우선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6일 대전교도소에서 36개월간 대체복무에 투입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첫 입교식이 열렸다.

이날 입교한 63명을 시작으로 오는 11월 42명이 추가 입교할 예정이며, 현재까지 대체역으로 편입된 인원은 총 626명에 달한다.

이들은 급여 및 휴가 등에서 모두 현역병과 동일한 처우를 받으며, 주로 급식·물품·보건위생·시설관리 등 보조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대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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