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원격수업’ 불만에 등교수업… 추석방역기간 겹쳐 우려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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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수도권 21일부터 대면수업 재개

15일 서울 동작구의 한 고교에서 교직원들이 책상 간격을 맞추고 있다. 이날 교육부는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등교수업을 21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뉴스1
15일 서울 동작구의 한 고교에서 교직원들이 책상 간격을 맞추고 있다. 이날 교육부는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등교수업을 21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한 달 가까이 집에서 원격수업만 받던 수도권 학생들이 21일부터 다시 학교에 간다. 코로나19 상황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고 추석 연휴까지 다가오지만, 교육부는 시도교육감 협의 후 등교수업 재개를 선택했다. 방역이 걱정되지만 전면 원격수업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도 큰 탓이다. 2학기에도 달라지지 않는 부실한 원격수업과 학생 생활관리, 학력 격차 문제가 겹치며 학부모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 수도권도 등교·원격수업 병행

서울과 경기, 인천의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는 수도권에 내려진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0일(등교일 기준 18일)까지 전면 원격수업이 진행 중이다. 단, 고교 3학년은 대학입시 준비 때문에 매일 등교수업을 받고 있다.

21일부터 등교수업이 시작돼도 다음 달 11일까지는 거리 두기 2단계에 맞는 학교 밀집도 최소화 조치가 적용된다. 유치원과 초중학교는 3분의 1 이하, 고교는 3분의 2 이하다. 현재 비수도권 지역에 적용 중인 조치와 같다. 고3은 대입 수시전형을 위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가 16일로 마감되면서 전국에 적용 중인 ‘매일 등교’ 방침이 해제된다. 각 학교가 상황에 따라 원격수업 병행 여부를 결정한다.

약 한 달 만에 재개되는 등교수업이지만 모든 수도권 학생이 바로 학교에 가는 건 아니다. 학교마다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각기 다른 등교 방식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서울 A중의 경우 학년별로 돌아가며 ‘1주 등교수업+2주 원격수업’을 할 예정이다. 21일 3학년부터 등교가 시작되면 1학년은 추석 연휴 이후인 10월 5일 학교에 갈 수 있다. 2학년은 28일 등교를 시작하지만 추석 연휴 때문에 등교가 가능한 날은 이틀뿐이다.

비수도권 지역도 10월 11일까지는 현재의 밀집도 조치를 유지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시도교육청이 감염 우려가 작다고 판단하면 교육부 및 방역당국과 협의를 거쳐 등교 대상 학년을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모든 학생이 매일 등교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교육부 방침이다.

추석 연휴 특별방역기간이 끝나는 10월 12일 이후의 등교수업 여부는 미정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브리핑에서 “감염병 상황의 추이를 보고 방역당국, 교육청과 협의해 결정하겠다”며 “추석 연휴 동안 방역지침을 잘 준수하면 등교수업 날짜를 더 늘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12월 3일 실시 예정인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해선 “예정대로 치를 수 있게 준비 중”이라는 기존 의견을 재확인했다.

○ 방과후 생활지도까지 철저해야 안전

추석 연휴 특별방역기간 중 등교수업이 진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방역당국이 추석 연휴 때 이동 자제를 권고했지만, 전국적인 이동량은 평소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육부는 “특별방역은 추석 때 친척이나 지인들끼리 불필요한 접촉을 줄이라는 것이지 학교에 적용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전면 원격수업이 길어지면서 학부모들의 비판과 불만이 커지는 상황을 비중 있게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육이 학생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점점 커져 교육당국이 상당한 압박을 느낀 것이다. 앞서 교육부는 올 1학기 원격수업을 도입한 뒤 ‘케이에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2학기에도 실시간 원격수업 비율이 저조하고, 대부분 유튜브 동영상이나 일방적 과제로 대체되자 학부모들의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는 것에 따른 여러 우려도 있고, (추석 전까지) 열흘 정도여도 등교를 재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방역 전문가들도 무작정 등교를 막는 게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의견이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앞으로 연말까지 (코로나19 상황이) 더 나빠질 일만 남았지 좋아질 일이 없기 때문에 지금 등교를 시도하는 건 괜찮다고 본다”며 “그 대신 방과 후 생활지도는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교수업을 계기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추석 연휴 때 방역망에 구멍이 나면 남은 2학기 내내 등교수업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만약 추석 연휴에 많은 사람이 움직이고 정부가 10월 3일 집회를 제대로 못 막는다면 현재의 등교 방침은 재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코로나19#원격수업#추석#대면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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