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범지역 집중 순찰했더니… 강도-성폭력 줄었다

  • 동아일보

청소년 거리에 순찰차-경찰관 상주
교각 환경정비로 주민 불안감 해소
상반기 범죄 건수 21%가량 줄어
주안역지구대 치안활동 ‘최고점’

인천 미추홀경찰서 주안역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최근 벽화를 그려 놓은 숙골고가 아래 교각을 둘러보고 있다. 다음 달에는 야간에 이 주변을 지나는 주민을 위해 조명을 설치할 계획이다.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인천 미추홀경찰서 주안역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최근 벽화를 그려 놓은 숙골고가 아래 교각을 둘러보고 있다. 다음 달에는 야간에 이 주변을 지나는 주민을 위해 조명을 설치할 계획이다. 인천지방경찰청 제공
5월 20일 오전 1시경 인천 미추홀경찰서 상황실에 절도 신고가 접수됐다. 20대로 보이는 남성 2명이 주안동의 한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쳐 달아났다는 내용이었다. 편의점에 출동한 주안역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편의점 직원으로부터 범인들의 인상착의와 피해 사실 등을 조사한 뒤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다.

같은 날 오후 8시에도 동일범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인근 편의점에서 와인 등을 훔쳐 도주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박태원 지구대장(49)은 범인들의 얼굴과 옷차림 등이 촬영된 영상을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58명의 경찰관들에게 숙지시킨 뒤 검거에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이틀 뒤인 22일 오전 2시에 “주안동의 한 빌라에서 젊은 남녀들이 모여 술을 마시며 싸운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 출동한 최재성 경장(36)과 임승환 순경(30)은 소란을 피우던 6명 가운데 낯익은 얼굴의 남성 2명이 눈에 들어왔다. 편의점 절도범과 비슷하다고 판단한 두 경찰관은 이들을 지구대로 임의동행한 뒤 추궁한 결과 범행을 모두 자백받았다.

주안역지구대는 인천의 지구대와 파출소 75곳 가운데 경찰관 출동건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경인고속도로 도화나들목, 경인전철 주안역을 비롯해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2030거리의 유흥업소 밀집지역이 관할 구역이라서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10만 명이 넘는다. 특히 주안역과 2030거리에만 식당과 유흥업소, 숙박시설 500여 곳이 몰려 있어 매일 60여 건에 이르는 112신고가 접수될 정도다.

하지만 1∼6월 주안역지구대 관할구역에서 발생한 절도는 1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8건)에 비해 17% 줄었다. 성폭력도 42건에서 16건으로 감소하는 등 중요 범죄가 446건에서 350건으로 21% 줄었다.

범죄가 줄어든 것은 경찰관들의 순찰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저녁 무렵부터 청소년들이 몰리는 2030거리 입구에는 아예 순찰차 1대와 경찰관을 상주시키면서 거리를 순찰하도록 바꿨다. 이 밖에 신고가 자주 들어오는 지역에도 순찰차를 배치해 주기적으로 치안상황을 점검하게 했다.

이 지역 사회단체 회원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매달 주요 범죄 피해사례와 대처방법 등을 알린 뒤 각자 주민 7명에게 이 내용을 전달하는 ‘세븐 알리고’ 캠페인을 시작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인천지방경찰청이 2017년 도입한 탄력순찰제를 모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치안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이 순찰을 희망하는 시간과 장소를 SNS에 올리면 3개월간 집중적으로 그 일대를 살펴보는 것이다.

4월에는 도화동 숙골고가 교각 주변에 술에 취한 노숙인과 흡연하는 청소년들이 많이 몰려 밤에 길을 가는 주민들이 불안하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주안역지구대는 순찰을 강화하고, 주민자치협의회 등과 함께 교각에 벽화 등을 그린 뒤 주변에 쌓여 있던 못 쓰는 건설자재 등을 말끔하게 치워 사각지대를 없앴다. 지난해까지 숙골고가 주변에서는 112신고가 56건이 접수됐으나 6월부터는 1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주안역지구대는 인천경찰청이 실시한 상반기 치안활동 종합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세븐 알리고 캠페인#인천지방경찰청#탄력순찰제#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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