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방문자가 등록 교인의 2.9배… 어디로 불똥튈지 예측 불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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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비상]
사랑제일교회發 감염 확산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택시기사 A 씨다. A 씨는 지난달 강남 할리스커피 관련 확진자를 승객으로 태운 뒤 지난달 27∼29일 사흘 연속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했다. A 씨는 교회 방문 마지막 날인 29일 기침 등 의심 증상을 보였고 이달 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성북구에 따르면 A 씨는 사랑제일교회에 등록된 정식 교인이 아니고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몇 차례 교회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 방문자가 등록 교인보다 2.9배 많아

사랑제일교회는 A 씨처럼 등록 교인들 외에 외부 방문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찾아오는 특수한 구조를 갖고 있다. 교회 측이 17일 서울시에 제출한 교인·방문자 명단에 따르면 등록 교인 수는 917명이다. 이달 2∼12일 11일간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한 교인 및 방문자는 2668명(중복자 제외). 이 수치에 교인도 일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방문자 수가 등록 교인 수보다 2.9배 이상으로 많다.

A 씨가 지난달 27∼29일 사랑제일교회에서 소모임을 가질 당시에도 교회에는 전국에서 온 방문자가 다수 있었다. 이때 코로나19 감염이 이뤄졌다면 전국으로 퍼져 나갈 수밖에 없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교인과 방문자 3436명 중 서울 외 지역 거주자가 1465명으로 42.6%에 달한다.

사랑제일교회 근처에 사는 한 주민은 “일요일만 되면 오전 11시 예배 시작 한 시간 전인 10시부터 지하철역에서 물밀 듯 사람들이 올라왔다. 관광버스 서너 대가 동원돼 교회 앞까지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사랑제일교회는 재개발을 앞둔 성북구 ‘장위뉴타운 10구역’에 있다. 이 지역 주민 97%가 이미 다른 곳으로 이주한 상태여서 교회 방문자는 성북구 외부의 다른 지역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교회 측이 서울시에 제출한 교인 명단에도 성북구 주민은 20% 남짓이다.

서울시와 성북구는 사랑제일교회를 찾는 외부인이 급격히 증가한 시기를 올 4월로 보고 있다. 서울시가 3월 전광훈 담임목사에게 광화문 일대에서 여는 집회를 중단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리자 집회 참가자들이 교회로 몰려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개발로 인해 교회 인근 주택이 거의 빈집이어서 교인과 방문자들이 골목에 모여 앉아 야외 스크린으로 전 목사의 설교를 듣곤 했다”고 전했다.

○ 전국 시군구 35%에서 확진자 발생

18일 오후 10시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전국적으로 572명이다. 전날 대비 253명이 추가 확진되는 등 폭증하는 추세다. 확진자는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25개 구 모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국 시군구 226곳 가운데 35.4%인 80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수도권 66개 기초지자체 중에는 단 4곳을 제외하고 62개 지자체(93.9%)에서 사랑제일교회 관련 감염이 발생했다.

이 같은 ‘깜깜이 감염’ 양상 때문에 확산의 불씨가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확진자가 가족 등 밀접 접촉자와 같은 지역에 거주하면 동선 파악이 그나마 용이하다”며 “사랑제일교회 사례처럼 확진자와 접촉자가 전국 단위로 퍼져 있는 데다 광화문 집회 등을 통해 2차, 3차로 전파될 경우 감염자 추적에 이중, 삼중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사랑제일교회 관련 감염자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어 추적이 어려울 뿐 아니라 여론의 싸늘한 시선 때문에 음지로 숨어 버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성북구 관계자는 “사랑제일교회 사례처럼 여론의 비난이 심한 경우 일부 교인이나 방문자들이 낙인효과를 의식해 연락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현재 방역당국이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교인과 방문자는 553명에 달한다.

○ 타 교회 등으로 2차 전파도 심각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감염은 다른 교회 등으로 2차 전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방문자가 타 지역 교회의 교인이거나 다른 교인과 접촉하는 사례가 많아 교회 간 연쇄 감염이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노원구 안디옥교회의 첫 확진자 B 씨는 6, 7일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한 전력이 있다. B 씨는 9일 안디옥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본 후 증상이 나타나 1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B 씨와 함께 예배를 봤던 교인 15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등록 교인이 10만 명에 이르는 중랑구 금란교회에서도 관련 확진자가 나왔다. 사랑제일교회를 방문했던 교인 C 씨가 1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12∼14일 금란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가평군에 있는 창대교회에서도 사랑제일교회 교인과 접촉했던 D 씨가 감염됐고, D 씨와 예배를 봤던 다른 교인 6명도 추가 확진됐다.

또 사랑제일교회에 방문했던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병동 간호사가 18일 확진된 데 이어 금융회사 콜센터와 요양병원 등 2차 감염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소민·김하경 기자
#코로나19#교회발 재확산#사랑제일교회#외부방문자#등록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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