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해 잔해속에 12년전 잃어버린 모친 유품이…

하동=김태언 기자 입력 2020-08-13 03:00수정 2020-08-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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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복구지원 군인이 찾아줘
수재민 “시련 이기라는 어머님 뜻”
장맛비로 침수된 경남 하동군에서 복구 지원에 나선 육군 39사단 박기수 중사(26·오른쪽)와 수재민 김영철 씨(59·왼쪽)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 중사는 9일 김 씨에게 어머니 유품을 찾아줬다.
“‘지금의 시련을 이겨내라’는 어머니의 뜻으로 알고 희망을 갖겠습니다.”

경남 하동군에서 찻집을 하는 김영철 씨(59)는 12년 전 고이 간직하고 있던 어머니의 유품(사진)을 잃어버렸다. 직접 쓴 손편지와 옛날 지폐, 그리고 사진까지. 김 씨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정말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8일 하동군 일대가 폭우로 물에 잠겼고 김 씨가 사는 집과 가게에도 물이 찼다. 다음 날, 육군 39사단 장병들이 김 씨의 집에 지원을 나왔다.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집 안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가재도구를 정리하던 중 서재에 있던 박기수 중사(26)가 비닐팩 하나를 발견했다. 편지와 사진을 보고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한 박 중사는 곧바로 김 씨에게 건넸다.

김 씨는 비닐팩을 손에 꼭 쥐고 “단칸방에 가족 8명이 살았을 때 어머니가 힘들게 남겨주신 유품”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참 말을 잇지 못하다 김 씨는 “장사가 안돼 끼니를 굶을 때도 ‘이 돈만은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울먹였다. 박 중사는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소중한 물건을 찾았다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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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기자를 만난 김 씨는 조심스레 비닐팩을 열고는 잠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잠겼다. 아직 편지와 유품은 젖어 있었다. 글자는 번져 있었고 찢어질까 봐 제대로 펼쳐 보지도 못했다. 김 씨는 “편지에 적힌 ‘열심히 또 성실히 살아라’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말은 또렷이 생각난다”며 “앞으로 좋은 일 하며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하동=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수해 잔해#모친 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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