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심의위 개최여부 11일 결정
삼성 “심의 않는다면 제도 사형선고… 검찰 관점, 투기자본 주장과 유사”
檢 “법원, 기소 필요성 간접 인정… 심의위 제도 악용 가능성 고려해야”
시민위, 일반시민 15명 투표로 결정… 과반 동의땐 검찰수사심의위 개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과 옛 미래전략실의 김종중 전 사장(64), 삼성물산 등이 2일 “외부 전문가들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소집을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여부가 11일 결정된다. 8일 서울중앙지법의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 앞에서 구속 여부를 놓고 한 차례 충돌했던 이 부회장 측과 검찰 측은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서울중앙지검의 시민위원회를 설득하기 위한 의견서를 10일 오후 각각 제출했다.
○ 삼성 “수사팀 의도대로 검증 없는 기소 안 돼”
이 부회장 측은 의견서를 통해 “수사심의위는 논란이 많은 사건을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좀 더 신중하게 처리해 국민 신뢰를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검찰이 스스로 개혁 방안의 하나로 도입한 제도”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을 심의조차 하지 않는다면 수사심의위 제도에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이라며 수사심의위의 개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부회장 측은 또 “수사심의위를 받을 피의자의 권리와 실질적 적법 절차 원리를 천명한 헌법 정신에 따라 수사심의위가 반드시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기소는 사실상 ‘유죄의 낙인’으로 수사팀 의도대로 검증 없이 기소되면 그 자체로 (삼성의) 대외신인도가 추락한다”고 했다. 이어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계획된 범죄’라는 수사팀의 관점은 합병에 극렬하게 반대했던 투기자본 엘리엇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며 “국제 투기자본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등 무차별 공격으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경영상 필요성을 고려한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는 분식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기존 법원의 판결문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검찰 “수사 공정하게 진행… 수사팀이 판단해야”
반면 검찰은 의견서를 통해 “검찰 수사가 적정하고도 공정하게 진행되어 왔으며,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검찰 수사팀이 수사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취지로 삼성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신청인들이 제기하는 문제나 수사심의위 소집이 필요한 이유는 근거가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에서 법원이 이 부회장의 기소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검찰은 “영장 판사도 밝혔듯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한 사안이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피의자들이 수사심의위 제도를 악용하거나 남발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하여 (시민위원회의)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찰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혁 방안의 하나인 수사심의위는 2018년 1월부터 도입됐지만 약 2년 동안 8건 정도만 열렸다는 것이다.
○ 전문가 아닌 일반 시민 15명의 투표로 결정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상 사건 관계인이 회의 소집을 요구하면 일선 검찰청의 시민위원회가 수사심의위 부의 여부를 먼저 결정한다. 만약 부의로 결정되면 대검찰청은 수사심의위를 개최해 기소 여부 등을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11일 오후 부의심의위를 비공개로 열어 이 부회장 측의 신청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한다. 시민위는 검찰시민위원 150명 중 무작위 추첨을 거쳐 15명의 부위심의위원을 선정했다. 부위심의위원은 학계와 시민단체 등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와 달리 교사와 전직 공무원, 택시 기사, 자영업자 등 일반 시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신청인과 검찰 측은 의견서를 글자 크기는 12포인트 이상, 줄 간격 200으로 해야 하고, 의견서 분량도 A4용지 30쪽 이내로 작성해야 한다. 시민위는 당사자와 변호인, 검찰 측의 출석 없이 총 120쪽 분량의 의견서를 읽고, 토론을 거친 뒤에 최종적으로 수사심의위에 부의할지를 투표로 결정한다. 투표 결과 15명 가운데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신청이 받아들여진다. 수사심의위의 기소 여부 결정은 수사팀에 권고사항이지만 제도 시행 이후 검찰이 그 결정을 뒤집은 전례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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