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AI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인공 꿈꿔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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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 삼는 서울 혁신 기업들
로봇 통해 1초만에 자동 결제하고 의료기록 AI로 분석해 발병 예측
서울시 ‘코로나 극복’ 국제회의서 기술력 갖춘 벤처 22곳 IR 지원

#1. 카페에 들어가 음료를 주문한다. 차가운 음료인지, 사이즈는 어떤 건지 등을 묻는 종업원의 질문에 답한 뒤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건넨다. 할인이나 적립을 받을 땐 추가로 카드를 하나 더 꺼내거나 전화번호를 입력한다. 종업원이 주문번호가 적힌 영수증이나 진동벨을 건네면 받아들고 음료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2. 마찬가지로 카페를 찾아 음료를 주문한다. 몇 가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것은 같지만 계산할 땐 신용카드를 종업원에게 건네는 대신 계산대에 설치된 로봇을 바라본다. 얼굴인식 기능을 가진 로봇이 1, 2초 만에 계산을 끝낸다. 할인·적립카드를 미리 등록해 뒀다면 한 번에 처리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접촉이나 대면을 꺼리는 언택트(비대면) 소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 위치한 로보러스는 얼굴인식 기술을 탑재한 로봇을 활용해 이와 같은 비접촉 결제 시스템 시범 사업을 곧 시작한다. 김대훈 로보러스 대표는 “최근 키오스크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용화가 가능한 신형 모델을 개발했다”며 “이달 중 이태원 소재 카페에 시범사업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최근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 글로벌 투자자들 앞에서 직접 자사 제품을 홍보할 기회를 얻었다. 서울시가 ‘감염병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연 온라인 국제회의 ‘CAC 글로벌 서밋 2020’ 가운데 5일 혁신기업 22곳을 글로벌 투자자들과 연결하는 ‘혁신기업 기업설명회(IR)’에서다. 기업들은 5분간 기술을 소개하고 제품을 시연했는데 로보러스도 기회를 얻었다.

에이아이트릭스(AITRICS)도 혁신기업 IR에 참여했다. 에이아이트릭스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환자의 의료기록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급성감염성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을 증상 발현보다 한발 빠르게 확인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패혈증 예측 플랫폼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적합 인증(KGMP)을 얻기도 했다.

AI 헬스케어는 주로 영상분석을 하는 반면 에이아이트릭스는 질환을 조기에 포착해 의료진의 의사 결정을 돕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질병은 패혈증과 급성 신손상(AKI). 환자에게 증상이 나타나 조치를 취하려고 할 때 이미 상태가 악화돼 손쓸 수 없는 경우가 잦은 질환이다. 유진규 대표는 “환자들의 상태 파악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는 환자가 아닌 이들을 모니터링하는 기술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께 IR에 나선 텔로팜은 식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식물인터넷 분야를 홍보했다. 이정훈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창업해 대표로 있는 텔로팜은 반도체 가공 기술을 활용해 머리카락 두께의 탐침센서를 식물에 달아 수분 흐름 속도와 병충해 감염 등을 파악하는 기술을 갖췄다.

이 교수는 “식물의 수분 흐름 속도를 재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혈압과 맥박을 재는 것과 같다”며 “수십 년 경력의 농업 관련 베테랑들이나 가능한 수분 공급을 자동화시스템으로 가능하게 한다. 또 인위적으로 수분을 필요한 양보다 조금 적게 공급해 당도를 높이는 기술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텔로팜의 탐침센서는 모든 식물에 부착이 가능해 여러 분야로 진출이 가능하다. 실제로 브라질 커피 농장, 뉴질랜드의 키위와 아보카도 농장 등 해외에 진출하고 있고, 서울시와 청계천, 월드컵경기장 등의 나무 건강 상태를 원격으로 검진하는 시범사업도 진행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기술을 가진 기업 22곳을 60여 곳의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소개했다”며 “한 차례 홍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추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로봇#인공 지능#혁신기업 ir#코로나 극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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