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前 행안부 장관 주민등록번호 털린 사연은?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17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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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번호 뒷자리 '성별+임의번호'로 45년만 개편
외국선 번호 강제부여 드물고 성소수자 배려 부족

정부가 17일 주민등록번호(주민번호)에서 지역 표시를 없앤 것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번호를 부여한 탓에 쉽게 유추할 수 있다는 맹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출생과 동시에 일률적으로 부여하는 주민번호 제도를 채택하는 경우가 드문데다 이번 개편에서조차 성소수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국정감사가 열렸던 지난 2017년 10월 12일. 김부겸 당시 행안부 장관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주민번호가 털렸다. 단 59번째 입력 만이다.

현행 주민번호는 앞자리 생년월일 6자리와 ‘성별+지역 번호+신고 번호+검증 번호’ 7자리 조합으로 이뤄진다.

김 전 장관은 2000년 이전의 남성이어서 성별은 1번이다. 2000년 이전의 여성은 2번이며 2000년생 이후는 남성 3번, 여성 4번이다.

바로 뒤 네 자리는 대지역 번호과 흔히 주민센터 코드라고 칭하는 소지역 번호다. 대구 출생인 김 전 장관의 대지역 번호는 3개가 있고 소지역 번호 01~99로 돼 있어 약간의 노동만 투입하면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다.

뒷자리 여섯번째 자리는 해당 주민센터에 당일 출생신고된 성별 등록순으로, 요즘엔 저출산이라 출생 신고가 많지 않은데다 과거에도 한 주민센터에 여러 명이 등록한 사례가 많지 않다.

마지막 일곱번째는 뒤에 7자리 중 앞에 6자리의 숫자가 확정이 되면 특정 수식을 이용해 자동으로 산출되는 번호다.

이런 방식을 대입해 이 의원은 59번째 만에 맞췄지만 당시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일반에 공개하진 않았다.

주민번호를 규칙이 아닌 무작위 난수 조합으로 한 ‘임의번호’로 부여한다는 주장은 이때부터 더욱 힘이 실렸다.

현행 주민번호 체계 문제는 오래 전부터 불거졌다.

2000년 초반 탈북민에게 부여하는 특정 지역번호인 ‘25’를 받아 국외 비자 발급이나 입국 거부를 받는 사례가 종종 빚어졌다. 25는 김포, 안성, 수원, 인천 등에서 출생한 사람들의 지역코드 첫 두 자리로 경기도 안성시 하나원을 거쳐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것과 같았다. 이 문제는 2009년 탈북민의 주민번호 변경을 허용하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해소됐다.

하지만 주민번호상 지역번호가 포함돼 특정 지역출신에 대한 차별 논란이 벌어지곤 했다. 취업때 특정 지역 출신자를 배려 또는 배제하는 식이다.

지난해 경기도 부천의 한 편의점 점주가 아르바이트생 채용 공고를 올리면서 ‘주민번호 뒷자리 2·3번째 숫자가 48~66이면 지원 금지’라고 써 논란이 일었다. 48~66은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출신임을 뜻하는 번호다.

일각에서는 출생과 동시에 정부가 강제하는 주민번호 체계를 없애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주민번호에 생년월일과 지역번호까지 넣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27개국(79%)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고유번호(7~15자리 숫자 또는 영숫자)를 부여하고 있다. 이중 생년월일과 같은 개인정보를 담는 국가는 16개국, 지역과 일련번호를 포함시키는 국가는 2개국이다. 나머지 7개국은 임의번호를 부여한다.

OECD 회원국 중 28개국(82%)은 국가 신분증 제도를 함께 운영한다.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 주요 6개 선진국은 외국에서도 통용되는 여권과 운전면허증을 신분증으로 사용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주민번호를 사용하는 기관들이 치러야 하는 추가 변경비용 약 11조원과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생년월일과 성별은 유지하되 지역번호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며 “내년 10월부터 개편 방식에 따라 주민번호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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