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트 바젤 2025’ 박람회를 통해 선보인 유명인의 얼굴을 한 로봇개들. 2025.12.07 ⓒ AFP=뉴스1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의 얼굴을 본뜬 ‘로봇개’가 1억원 넘는 가격에 완판됐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레귤러 애니멀스’라는 이름의 로봇개가 10만 달러(약 1억4600만원)에 판매됐다고 보도했다.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예명 비플)이 제작한 레귤러 애니멀스는 개 모양의 로봇에 유명인 얼굴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 로봇개들은 지난 5일 미국 마이애미 비치에서 열린 현대미술 행사 ‘아트 바젤 2025’에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 테크 거물들과 카소, 앤디 워홀 같은 미술계 거장들의 얼굴을 본뜬 버전이 제작됐다.
관람객들은 유리로 된 우리 주변에 모여 로봇개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실제 개처럼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구경했다.
특히 이날 관람객들의 시선을 끈 것은 로봇개들의 ‘배변 퍼포먼스’다. 로봇개들은 가슴에 달린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촬영했고, 촬영된 사진은 인공지능 필터로 보정됐다. 이후 사진은 로봇개의 뒷다리 쪽에 내장된 프린터를 통해 바닥으로 출력됐다. 해당 모습은 개가 대변을 보는 모습과 유사해 관람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로봇개들은 이미지 1000여 장을 출력했고, 이 가운데 256장에는 QR 코드가 포함돼 사람들이 대체불가능토큰(NFT) 형태로 소유할 수 있었다. 직원들은 이 이미지들을 수거해 ‘배설물 샘플’이라고 적혀있는 봉투에 담아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각 인물을 본뜬 로봇개는 한정판으로 두 점씩 제작됐는데, 이미 완판된 상태다. 다만, 작가는 세 번째 버전인 ‘소장용’은 따로 보관할 계획이다. ‘코조모 데 메디치’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익명의 수집가는 X(옛 트위터)에 피카소와 워홀 버전의 로봇개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미국 경매사 소더비즈의 전 CEO 태드 스미스는 ‘일론 머스크’ 이름의 로봇개를 구매했다.
비플은 “로봇 공학과 AI 덕분에 이제는 정적이지 않고 세상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서 “피카소 로봇개는 피카소 화풍의 사진을, 워홀 로봇개는 워홀 스타일의 그림을 배출한다. 정확히 어떤 그림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종의 생성형 예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 같은 거대 기업들이 강력한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의 세계관을 바꾸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못하게 할지 결정한다”면서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신의 작품은 가끔 억만장자들을 풍자하는데, 그들에게 무슨 악감정이 있는건가’라는 질문에 비플은 “누구를 비난하려는 의도도 전혀 없다. 다만 소수의 사람들이 너무 큰 권력을 쥐고 있다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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