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검사, 윤석열에 “눈치껏 수사했으면 역적 취급 받지 않았을텐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30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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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눈치껏 수사했으면 이리 역적 취급을 받지 않았을텐데….”

윤석열 검찰총장을 질책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을 편드는 듯한 평검사의 글이 30일 검찰 내부에서 회자됐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소속 장진영 검사(40·사법연수원 36기)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총장님, 왜 그러셨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 총장에게 책임을 따져묻는 형식이지만 글 내용을 보면 검찰을 공격하는 정치권과 조 장관을 조목조목 비틀어 비판했다.

장 검사는 윤 총장에게 “파격 인사로 총장에 올랐음에도 은혜를 모르냐”면서 “적폐수사도 그렇게 열심히 해 공신 대우를 받고 편히 지낼수 있었을텐데 어찌 한결같이 어려운 길만 가냐”고 훈수를 뒀다. 또 “아무리 정치적 이해타산을 하지 않는다 해도 지지율 높은 여당과 내통하지, 왜 야당과 내통하냐”고 물었다.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에서 검사와 부적절한 통화를 한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검찰과 야당의 내통으로 비난하는 여권을 비꼰 것이다.

조 장관 관련 의혹은 ‘공정사회’와 결부시켜 반어적으로 비틀었다. “인맥과 교수 직위를 이용해 표창장 좀 위조하고 허위 스펙 좀 끼워넣는 게 뭐 그리 큰 잘못이냐” “가진 돈과 정보가 많아 사모펀드에 투자해서 쉽게 돈 좀 불리면 어떠냐”는 식이다.

특히 조 장관을 두고 “당신과 직접 관련되는 수사를 겪으시고 나서야 특수 수사의 축소 내지 폐지를 주장하셨다”면서 “틀림없이 총장이 모르는 검찰개혁을 위한 특별한 초능력을 가지신 분일 수도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지난주 검찰에 성찰을 요구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직접 검찰 수사에 대해 언급하시면서 여권이 총 동원되다시피 하여 검찰 수사를 비난하고, 장관이라고 밝히시며 수사검사에게 전화하시는 등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의 실현 불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시는 분이심에도 검찰개혁의 가장 적임자라 한다”는 것이다.

장 검사는 윤 총장을 향해 “그래도 총장님 덕분에 잘 된 것도 있다”며 “덕분에 앞으로 후배 검사들은 살아있는 정권과 관련된 수사는 절대 엄정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검찰에서 특수수사나 직접수사 분야를 폐지 축소해 대통령 직속 공수처나 특수수사처를 만들게 되면, 정권의 의중을 잘 헤아려 뛰어난 정치적 감각으로 수사를 잘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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