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유승준 비자발급 거부는 위법”이라 판단한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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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11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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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입구 모습. 2019.7.11/뉴스1 © News1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입구 모습. 2019.7.11/뉴스1 © News1
대법원이 가수 유승준씨(43)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 처분이 위법이라고 판단한 것은 병역기피에 따른 도덕적 비난과는 별개로 관련 처분을 할 때는 법 원칙에 따른 면밀한 판단이 있었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유씨에게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유씨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해당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한 이유로 크게 Δ총영사관이 주어진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아 유씨가 입을 불이익을 셈하지 않고 처분을 내린 점 Δ처분 통보에 절차적 하자가 있는 점을 들었다.

우선 대법원은 총영사관이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내릴 땐 법무부의 입국금지결정과 별개로 사증발급을 거부할 사유가 있는지 검토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무부장관의 입국금지결정은 ‘처분’과 달리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지시’에 해당한다면서 “처분이 적법한지는 상급행정기관 지시를 따른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 및 대외적으로 구속력있는 법령 규정과 입법목적, 비례·평등원칙 같은 법의 일반원칙에 적합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영사관이 거부처분 당시 고려했어야 할 사정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이 한국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강제퇴거명령을 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5년간 입국금지 제한을 받는다.

또 해당 사증발급 거부처분 당시 재외동포법은 한국남성이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해 외국인이 된 경우라도 38세가 되면 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외교관계 등 국익을 해칠 우려가 없다면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를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입국이 금지된 유씨가 사증발급을 신청한 건 지난 2015년 9월로 당시 그는 39세였다.

대법원은 ‘비례의 원칙’도 이번 판결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을 기피한데 따른 제재로 입국금지 결정이 내려졌더라도, 의무위반 내용과 제재처분 양정 사이에 비례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재외동포법이 재외동포의 한국 출입국과 체류에 개방적·포용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무기한 입국금지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국금지나 사증발급 거부 처분이 다소 지나쳤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총영사관이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문서상이 아닌 유선상으로 유씨 아버지에게 통보한 것도 행정절차법 위반으로 잘못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처분이 문서에 의한 처분방식의 예외가 인정되는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같은 취지에 따라 재판을 다시 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 유씨의 입국 길이 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우선 서울고법에서 2심 재판을 해야 하고, 상고장이 제출될 경우 대법원 판단도 재차 받아야 한다.

향후 파기환송심이 대법원 취지에 따라 내린 판결이 확정되면 LA총영사관은 이전과는 달리 재량권을 행사해 유씨에게 비자를 발급할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

유씨 사증발급 거부처분 이후 개정된 재외동포법은 병역기피와 관련해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제한 연령을 38세에서 41세로 올렸지만 유씨는 이미 43세라 범위 밖이다.

대법원이 고려할 사정으로 꼽은 것들 이외의 부분에서 비자발급 거부 사유가 발견되지 않아 주LA총영사관이 유씨 비자를 발급해준다면 유씨는 비로소 한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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