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 보정 속옷, 신발 밑창에 숨겨…도박자금 1090억 원 밀반출 일당 검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7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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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도박장을 개설하고 거액의 외화를 밀반출한 조직원들이 붙잡혔다.

경남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대장 김명상 경정)는 7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도박장을 빌려 운영하면서 손님에게 환전해줄 자금 마련을 위해 1090억 원 상당의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국내 관리책 천모 씨(56)등 8명을 구속하고 운반책 등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필리핀 총책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조직을 구성한 천 씨의 동생(53) 등 3명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지명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동생 천 씨는 현지에서 도박장을 운영하다 환전에 어려움을 겪자 친형 등을 동원해 2016년 10월 18일부터 올 1월 17일까지 한 번에 4억 원 안팎으로 모두 276회에 걸쳐 약 1090억 원의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다.

동생 천 씨는 도박장 수익금과 한국인 관광객이 사전에 송금한 도박자금을 대포통장을 활용해 한국에 있는 형에게 송금했다. 천 씨의 형은 이를 인출해 미국달러나 유로화 고액권으로 환전한 뒤 관리책과 운반책을 통해 ‘환치기 수법’으로 밀반출했다.

이들 운반책은 매주 한두 번 1인당 4억 원 상당의 외화를 신발 밑창이나 바지 안에 입은 여성용 거들 안쪽에 숨겨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500유로짜리 100장(5만 유로·약 6500만 원) 묶음을 신발 한 짝 밑창에 넣었다고 한다.

보안검색대 금속 탐지기에는 신발 밑창이나 거들 속 외화뭉치가 잘 드러나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현금 1만 달러 이상을 갖고 출국하려면 사전 신고해야 하며 신고하지 않고 3만 달러 이상을 소지하고 나가다 적발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들은 이 같이 외화를 밀반출해 19억4000만 원의 환차익도 챙겼다. 운반책은 한 번에 50만 원의 운반수당을 받았다. 경찰은 동생 천 씨를 추적하는 도박자금을 사전 송금한 한국인 관광객 약 30명도 조사 중이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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