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정준영 몰카’ 최초 보도 기자 “그 때도 경찰 수사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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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14일 1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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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정준영이 여자친구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피소 된 2016년, 담당 경찰이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의혹 보도가 나온 가운데, 당시 사건을 최초로 보도했던 기자는 3년전에도 이상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2016년 9월 23일 정준영 피소 사건을 최초 보도했던 박효실 스포츠서울 기자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시 혐의 자체에 대한 수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제가 굉장히 받았다”며 “경찰이 2달여 간 몰래카메라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제일 먼저 이루어졌어야 하는 것은 저의 상식선으로는 휴대폰을 확보하는 부분인데 정준영 씨 측에서 ‘휴대폰이 고장나서 수리 중이다’고 한 것을 계속 기다려줬다는 거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당시에 정준영 씨 쪽에서는 그 휴대폰을 경찰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고, 경찰도 못 받았다고 했는데 (추가로 확인해보니)그렇지 않다는 거다. 제출을 하긴 했는데 그 형태가 휴대폰이 망가졌다고 하니까 경찰에서 그러면 정준영 씨 측에서 복원을 해서 내라고 했다는 거다. 그래서 휴대폰 복원했는 디지털 포렌식 업체에다가 맡겼다는 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너무 이상했던 부분이 피의자에게 증거 능력이 있는 휴대폰을 스스로 복원해서 제출하라고 하라는 게 상식적이지 않았던 거다”고 말했다.

또 “그리고 이상했던 부분은, 몰카 수사 같은 경우는 전파될 경로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일단 경찰 쪽에서 정준영 씨의 메신저, 이메일 사용 내역, 인터넷 사용 기록 같은 걸 보고 개인 PC라든가 외장 하드까지 확인할 수 있는 건데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그때 제가 서울경찰청 쪽에 문의를 했더니 경찰청 관계자 말이 그런 통상적인 수사 매뉴얼이 있지 않다는 거다. 굉장히 하나마나한 답변을 하고 곤혹스러워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결과적으로 정준영 씨 측이 디지털 포렌식 업체에 맡겨서 (복원한)휴대폰을 검찰에서 상당히 늦었지만 결국 받았다. 기소된 지 51일 만에 받았다. 그걸 정준영 씨 측 변호사 입회 하에 함께 확인했다고 한다”며 “당시 검찰에 ‘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할 예정이냐, 휴대폰은 확보가 되었느냐’ 이런 식의 질문을 제가 했을 때 검찰 측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 알려줄 수 없다. 디지털 포렌식을 한다고 다 나오는 건 아니다’ 이런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과연 51일 만에, 피의자 손에 계속 있었던 것에 가까운 휴대폰의 증거 능력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 기자는 “결과적으로 수사 과정에서 무혐의가 나고 이렇게 되니까 그 역풍이 저한테로 불기 시작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박 기자는 또 “그때 취재를 하면서 정말 이상했던 것 중 하나가 정준영 씨 소속사 측의 대응이었다. 저희가 기사를 딱 쓰자마자 바로 소속사에서 ‘검찰 수사가 무혐의로 일단락 날 것으로 보인다’라는 식의 언론대응을 했다”며 “검찰에 갓 송치한 피의자 측에서 이런 발언을 어떻게 감히 할 수가 있을까, 마치 합의가 된 듯한 이런 식의 말을 어떻게 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의아 했다. 검찰 조직이라는 특수성을 생각하시면 이런 발언은 굉장히 검찰에게 모욕적인 발언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SBS는 “2016년 정준영 사건을 수사한 경찰과 사설 포렌식 업체 간 전화 통화 녹취”라며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이 음성 파일에서 경찰은 “우리가 사건을 하다 보니까 약간 꼬이는 게 있어서, 여기에(정준영 씨가) 데이터를 맡겨놨다고 그래서요, 시간이 좀 걸리잖아요?”라며 “어차피 본인(정준영)이 시인하니까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 차라리 OO(업체)에서 데이터 확인해 본 바, 기계가 오래되고 노후되고 그래서 '데이터 복원 불가'로 확인서 하나 써주면 안 될까 해서요. 그냥 데이터 복구 불가로 해서 확인서 하나 써주면 좋겠는데”라고 말했다.

이에 포렌식 업체는 “(그 요구는)좀 그렇다”며 경찰의 요구를 거부했고, 결국 경찰은 이틀 뒤 포렌식 결과를 받아보지 못하고 정 씨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고 SBS는 전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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