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 사례 나와…첫 치료 후 12년 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5일 23시 29분


에이즈 환자가 치료된 사례가 두 번째로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환자가 치료됐다고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첫 치료 환자가 나온 뒤 12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사례다. NYT는 이제 HIV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관련 내용을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이번 사례에서 ‘장기적 차도(long-term remission)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치유(cure)‘라고 표현하지만 아직까지 사례가 2개 밖에 나오지 않아 단정하기 어렵다고 NYT는 전했다. 두 사례는 모두 HIV 감염 환자에게 골수를 이식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식은 본래 HIV 바이러스 치료가 아닌 암 치료를 위한 것이었다. 골수이식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위험부담이 높아 현실적인 대안은 아니다. 하지만 몸이 HIV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도록 변형된 면역 세포로 재무장을 하면 임상 실험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일부 유럽 연구진들은 HIV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 이식을 연구하고 있다. 안네마리 웬싱 네덜란드 우트레흐트대 의학센터 박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환자들에게 (HIV 바이러스) 치료가 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치료 환자는 익명을 요구한 ’런던 환자‘로만 알려져 있다. 환자는 NYT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암과 HIV 바이러스가 모두 치료됐다는 사실에 “믿기지 않는다. 감격스럽다”며 “어떻게 치료됐는지 이해해서 이런 치료가 이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HIV 1호 치료 환자는 ’베를린 환자‘로 알려졌던 티모시 레이 브라운(52)으로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한다. 그의 사례는 2007년 학술대회에서 소개됐으나 큰 주목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브라운 씨가 치료된 것으로 확인되자 연구진들은 다른 HIV에 감염된 암환자를 치료하려고 했다. 그러나 환자들이 암으로 숨지거나 바이러스가 완치되지 않는 등 실패 사례가 이어졌다. 학계에는 브라운 씨가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브라운 씨 역시 이식 후 심한 합병증으로 혼수 상태에 빠지는 등 큰 위기를 겪었다.

런던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큰 위기가 없었다. 라빈드라 구프타 런던대 연구원은 “이 결과가 판을 조금은 바꿀 것 같다”며 “베를린 환자 이후 HIV 치료 때 환자들이 거의 죽을 위기를 겪는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평소 가짜뉴스라고 비난하던 NYT의 보도를 트위터에 전하며 “많은 이들에게 너무나도 훌륭한 뉴스다. 엄청난 진보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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