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중 아이 가장 많이 낳는 성동구…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5일 18시 10분


코멘트
서울 성동구 무학로 텐즈아이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화면 속 동물 캐릭터와 함께 운동을 하는 스마트체육관 프로그램을 보며 신나게 뛰어 놀고 있다. 성동구는 지난해 12월 국공립어린이집 4곳에 스마트체육관을 처음 설치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울 성동구 무학로 텐즈아이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화면 속 동물 캐릭터와 함께 운동을 하는 스마트체육관 프로그램을 보며 신나게 뛰어 놀고 있다. 성동구는 지난해 12월 국공립어린이집 4곳에 스마트체육관을 처음 설치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0일 서울 성동구 무학로 텐즈아이어린이집.

벽면 스크린에 토끼, 호랑이, 팬더 등 익살스러운 동물 캐릭터가 등장하자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점프를 했다. 아이들이 뛸 때마다 캐릭터도 뛰면서 머리 위 박을 터뜨리려 애썼다. 같이 뛰던 교사는 숨차 했지만 아이들은 신난 듯 마냥 뛰어다녔다.

아이들을 뛰게 만든 건 지난해 12월 설치한 ‘스마트체육관’이다. 동작인식 센서가 아이들이 움직임을 감지해 화면 캐릭터가 아이들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이다. 박 터뜨리기, 징검다리 건너기 등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게임들이 많다.

스마트체육관은 겨울 동안 효과를 톡톡히 봤다. 춥거나 미세먼지가 짙어 나가기 힘든 날에는 아이들은 실내 활발한 체육활동을 했다. 안미순 텐즈아이어린이집 원장은 “이번 겨울에는 야외 활동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특히 컸는데 스마트체육관이 고민을 덜어줬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지난해 말 텐즈아이어린이집을 비롯해 국공립 어린이집 4곳에 스마트체육관을 설치했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구내 국공립어린이집 78곳에 모두 스마트체육관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광현 성동구 보육기획팀장은 “스마트체육관은 보육을 자치구가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했다. 서울시 자치구 25곳 중에서 구가 직접 나서 이런 시설을 구축한 곳은 성동구가 유일하다.

성동구는 국공립어린이집이 수용하는 아동 비율도 다른 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어린이집 현재 인원 대비 국공립어린이집 현재 인원 비율인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을 보면 성동구는 56.2%로 서울시 자치구 중 1위다. 서울시 전체 평균(35.2%)보다 20%포인트 이상 높다. 국공립 이용률이 전체 대비 절반을 넘어선 자치구는 성동구가 유일하다.

월등한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이 출산율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7년 기준 성동구의 합계출산율은 0.972명으로 자치구 중 1위를 차지했다. 25개 자치구 중 전년도에 비해 감소 폭이 가장 적은 덕분에 1위로 올라섰다. 출산율 하락이라는 전반적인 추세를 거스르지는 못했지만 감소 폭을 최소화한 데는 공보육 환경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성동구의 공보육 환경 개선에는 신축 아파트 단지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배경도 있다. 2012년경부터 성동구에는 왕십리 뉴타운과 옥수 행당 지역에 잇달아 새 아파트가 들어섰다. 자연스레 아이를 낳아 기르는 30대 부부의 유입이 증가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젊은 부부의 유입이 더 늘어났다. 젊은 부부 증가폭이 커지면서 보육 환경을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많아졌고, 아파트 단지 내에서 국공립 어린이집 개원을 위한 의견을 모으기도 용이했다.

이 팀장은 “단기간에 아파트 값이 오르며 민간 어린이집이 상승한 임차료를 내기 부담스러워진 것도 국공립 어린이집 증설을 촉진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성동구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새로 지어 여는 방식 대신 기존 민간어린이집을 전환하거나 유휴시설을 활용해 공사 기간과 비용을 단축했다.

옥수동에서 자녀 둘을 키우며 사는 김형수 씨(37)는 “젊은 부부 증가가 보육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고 다시 젊은층 유입을 늘리는 선순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내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을 60%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아이 키우는 동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미세먼지 없는 체육 수업, 스마트 체육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