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의 1심이 의료진들의 전원 무죄로 결론났다. 의료진들의 일부 과실이 있지만, 아기들의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안성준)는 21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대목동병원 조수진 교수 등 의료진 7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의료진, 주사제 오염 위험성 알고도 조치 취하지 않아”
재판부는 우선 피고인들의 과실 여부를 따져본 뒤, 피고인들의 과실이 아기들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봤다.
재판부는 한 번에 사용해야 할 주사제를 몇 번에 걸쳐 나눠쓰는 ’분주‘ 행위 과정에서 주사제 오염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고 봤다. 간호사들은 분주 과정에서의 주의사항 등을 준수하지 않았고, 조 교수 등 임상교수들의 경우 관리 감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전공의 A씨의 경우 신생아중환자실 근무 형태와 기간, 수련의라는 지위 등을 고려했을 때 간호사들을 지도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신생아중환자실 실장 겸 주치의인 조 교수의 경우 아기들의 로타 바이러스 검사 결과를 보고 받았음에도 이를 제때 확인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과실이 있다고 봤다.
◇“과실·인과관계 모두 합리적 의심 없어야 형사적 책임”
그러나 과실이 인정된 6명 모두 아기들의 사망과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사고에 있어 의료인의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그 과실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업무상 과실로 인한 책임을 지울 수 있다”며 “형사사건에서는 과실과 인과관계 모두 엄격한 증명을 필요로 하므로, 검사는 둘 모두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입증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Δ주사제 준비 과정에서의 과실로 인해 오염된 사실 Δ오염된 주사제의 투여로 인해 아기들이 세균에 감염돼 패혈증이 발생한 사실 Δ아기들이 패혈증으로 인해 사망한 사실 등을 인정해야한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세 가지 모두 완벽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사제 준비 과정에서 주의 의무 위반이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주사제가 오염된다고 보기 어렵고, 일부 주사기는 증거물 수집 전까지 다른 오염원과 혼재돼 있어 다른 오염원에 의한 오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세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 발생이 주사제 투여로 인한 것임을 단정하기 어렵고,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역시 과거 있었던 일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싱크대에서 발견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역시 오염 시점과 사망의 선후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도중 신청된 감정촉탁 결과 역시 아기들이 세균에 감염된 경로가 사건 당일의 주사제로 단정지을 수 없으며, 일부 아기의 경우 같은 주사제를 사용했음에도 세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무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피고인 측·의료계 “판결 환영…안타까운 감정과는 별개”
1심 판결 이후 피고인 측과 의료계는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 교수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천고의 이성희 변호사는 “법원에서 신중하게 오랜 감정과 증인들을 통해 판단했다”면서 “통상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질병관리본부의 역학 조사를 그대로 인용하고 근거로 판단하는데 재판부에서 제3의 전문인 등의 의견을 토대로 나온 다른 정황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또 “4명의 아기들 사망에 대해서는 의료진과 간호사들 모두가 안타까워 하고 법정에서도 여러 차례 사죄드렸다. 법적, 도의적인 책임을 분리하지 않고 책임이 있다는 사실도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피고인들이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형사 처벌에 맞춰 급하게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유족과 의료진은 적대 관계가 아니다. 공동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화해를 하고 사과를 할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사망의) 다른 원인이 있다면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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