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1·2심 진술…대법 “직접 신문한 1심이 더 신빙성”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15일 06시 06분


코멘트

1심 "피해자 진술 신빙성 없다" 공소기각
2심 "사정 비춰보면 신빙성 있다" 유죄로
대법 "공판중심주의 원칙 반해" 파기환송

1심과 2심에서 증인 진술 신빙성 인정 여부가 달라졌을 경우, 납득할만한 현저한 사정이 없는 한 직접 증인신문을 한 1심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최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김모(64)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50만원의 형을 유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 강릉지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김씨는 2016년 10월 강원 삼척 소재 시장 앞 골목길에서 택시를 몰고 가던 중 앞에 가던 A씨의 팔을 사이드미러로 들이받은 뒤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김씨는 A씨를 친 뒤 조수석 창문을 열어 A씨에게 말을 건넨 뒤 자리를 떠났다. 김씨는 괜찮냐고 확인한 뒤 현장을 떠났다고 주장하는 반면, A씨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다퉜다.

1심은 A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공소를 기각했다. A씨가 사고 이후 시장에서 물건을 산 뒤 집으로 갔고, 운전자가 접촉사고를 인지했다면 상대에게 미안하다거나 괜찮냐고 물어보는 게 상식이라고 판단했다.

또 김씨가 과거 식당을 운영하는 A씨를 승객으로 태우는 등 작은 동네에서 서로 알고 있던 사이었고, 상해 정도에 비춰 A씨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봤다.

2심은 A씨 진술 신빙성을 인정하며 유죄로 판단했다. 육안으로 상처가 확인되지 않더라도 다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김씨가 상해를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또 A씨가 식당 손님들을 위해 콜택시를 자주 이용하긴 했지만, 사고 당시 서로 명확하게 알아보지 못한 상황이어서 인적사항을 알려주고 떠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에서 김씨는 벌금 250만원의 형을 유예받았다.

대법원은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도주 목적으로 사고 현장을 이탈한 건지 판정할 때는 사고 경위와 내용, 피해자 상해 부위와 정도, 운전자 과실 정도, 나이와 성별, 사고 후 정황 등을 종합해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김씨는 A씨에게서 괜찮다는 말을 듣고 비교적 가벼운 사고라고 판단해 사고장소를 이탈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장에서 도주해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군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한 것으로까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1심이 인정하지 않은 증인의 진술을 항소심이 다르게 판단하려면 1심 판단에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 납득할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야 한다”면서 “하지만 A씨를 직접 신문한 1심과 달리 항소심이 판시에 든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건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비춰 수긍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