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복 안입고 수영수업, 의식불명 해사고 1학년생 끝내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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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강사 2명중 1명 자리 떠… 구명조끼 벗어도 좋다고 말해
안전관리 소홀로 사고 생겨”
위탁교육시설 “2명 상주 의무 없어… 수영 자신 없으면 조끼 입으라 해”

해상 생존을 위한 수영 실습 도중 최고 수심 4.8m의 수영장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고교생이 설 연휴기간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숨진 학생은 발견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숨진 학생과 함께 수영 실습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사고 당일 강사 2명 중 1명은 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6일 부산 영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영도구에 있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상급 안전교육’을 받던 중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부산해사고 1학년 나모 군(17)이 2일 숨졌다. 부산해사고는 항해사, 기관사 등 해양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국립 마이스터고교로 해양수산연수원에 상급 안전교육을 위탁하고 있다.

나 군은 지난달 25일 실습 후반부의 자유시간이던 낮 12시 반경 수영장의 수심 4.8m 지점에서 가라앉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실습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해양수산연수원 강사들이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사 2명이 실습교육을 맡았는데 실제 수영장 안에는 1명만 있었다는 것이다.

해양수산연수원 측이 배포한 ‘2019 부산해사고 상급 안전교육’ 커리큘럼에 따르면 사고가 난 수업의 담당 강사로 최모, 진모 씨 2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실습에 참여한 A 군은 “강사 중 1명은 수업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교육은 사실상 1명이 진행했다”고 말했다. 나 군이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될 당시에도 현장을 지키던 강사는 1명이었다고 한다.

B 군은 “(강사가) 풀장에 남아 있는 학생 20여 명에게 ‘수영에 자신이 있으면 구명조끼를 벗어도 좋고 그렇지 않으면 입고 있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생 C 군은 “자유시간에는 구명조끼를 벗어도 좋다고 했다. 실제 20여 명 중 구명조끼를 입고 있던 학생은 2, 3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연수원 관계자는 “해당 수업에 주강사와 보조강사 2명이 들어가는데 보조강사는 구명조끼 수집 등 실습장 내부를 정리하거나 아이들이 샤워장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2명이 풀장에 상주하며 감독해야 한다는 안전수칙은 없다”고 했다. 구명조끼 착용 여부를 감독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수영에 자신 없는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지시했다. 혹시 모를 상황 때문에 풀장에 구명조끼 7, 8개를 띄워 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도경찰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강사 최 씨와 진 씨를 조만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박상준 speakup@donga.com·김재희 기자
#부산해사고#수영 실습#구명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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