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담수 과정이 영향 미쳤나?…헬기 돌연 추락 원인 조사

2명 탈출했지만…헬기와 가라앉은 정비사 사망
21년 된 3000ℓ급 산불용 헬기…담수량도 검증

1일 서울 강동대교 인근 한강에 헬기가 추락해 구조대가 탑승자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8.12.1/뉴스1 © News1

1일 산불을 진화하던 산림청 헬리콥터가 한강 물을 채우던 중 추락해 2명 구조되고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관계당국이 경위 파악에 나섰다.

산림청과 경찰,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5분쯤 강동대교 북단 한강에서 담수 중이던 1997년산 3000ℓ급 산림청 헬기가 추락했다.

기장 김모씨(57)와 부기장 민모씨(47)는 헬기를 빠져나와 오전 11시40분쯤 구조됐지만, 헬기와 함께 물속으로 가라앉은 정비사 윤모씨(43)는 결국 숨졌다.

산림청은 사고대책본부와 현장사고수습본부를 꾸리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Δ윤씨가 왜 헬기를 탈출하지 못했는지 Δ담수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기장·부기장 탈출했지만…정비사, 헬기와 함께 가라앉아

산림청에 따르면 추락한 헬기는 서울시 노원구 영축산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를 위해 이날 오전 10시52분쯤 김포공항을 이륙해 강동대교 북단 인근에서 한강 담수를 시작했다.

하지만 오전 11시25분쯤 물을 채우던 헬기는 돌연 한강 위로 추락했고, 탑승하고 있던 기장 김씨와 부기장 민씨는 곧바로 빠져나왔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서울 강동소방서와 경기 구리소방서, 뚝섬 수난구조대를 급파해 오전 11시42분쯤김씨와 민씨를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두 사람은 생명에 이상 없이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비사 윤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소방당국은 잠수 수색을 벌이며 윤씨를 찾았지만, 헬기는 낮 12시10분 완전히 가라앉았다.

윤씨는 완전 침수 30분 뒤인 낮 12시42분 가라앉은 헬기 동체 내에서 발견됐다. 구조대는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했지만, 윤씨는 병원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했다.

경찰과 산림청 관계자는 “윤씨가 미처 탈출하지 못한 이유는 아직 조사가 필요하다”며 “발견 당시 윤씨의 상태나 부검 결과를 통해 자세한 사망 원인을 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21년 된 3000ℓ급 헬기…담수량·노후결함도 검증 대상

한강 물을 채우던 헬기가 담수 적정량을 준수했는지, 연식 노후에 의한 기계 결함이 추락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검증 대상이다.

이날 추락한 헬기는 대형산불 헬기인 ‘카모프(KA-32)’ 기종으로, 실어나를 수 있는 물 용량은 3000ℓ 정도다. 도입 연식은 1997년으로 21년 간 운용됐다.

다만 3000ℓ 용량을 모두 채울 경우 헬기가 무게를 견디지 못할 위험이 있어, 평소에는 총 용량의 80% 수준까지만 담수한다는 것이 산림청의 설명이다.

산림청과 경찰 관계자는 “추락한 헬기가 적정 담수량을 초과해 물을 채웠는지 등도 조사 대상”이라며 “현재 기장과 부기장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어 충분한 경위 파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후헬기의 기계적 결함도 (사고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도입 연식과 노후도의 관계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림청은 가라앉은 헬기의 인양 계획을 놓고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협의 중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