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살해한 노래방서 시신 훼손… 입구에 ‘휴가’ 붙인뒤 현장서 생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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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토막살인사건 용의자, “도우미 신고 협박에 살해” 진술

‘과천 토막 살인 사건’ 용의자인 노래방 업주 변모 씨(34)는 노래방 손님으로 온 안모 씨(51)가 “도우미 제공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자 화가 나 안 씨를 살해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변 씨는 범행 직후 자신의 노래방에서 안 씨의 시신을 훼손했으며, 범행 이후에도 열흘가량 이 노래방에서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과천경찰서에 따르면 변 씨는 10일 오전 1시 15분경 경기 안양시에 있는 자신의 노래방에 온 안 씨와 도우미 교체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안 씨가 ‘도우미 제공은 불법이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해 화가 나서 카운터에 있던 과도로 안 씨의 목 부위를 여러 번 찔렀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변 씨는 날이 밝은 뒤 공구를 구입해 시신을 훼손했다. 이어 자신의 쏘렌토 차량 트렁크에 시신을 싣고 같은 날 오후 11시 40분경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인근 수풀에 유기했다. 경찰은 “변 씨가 인터넷으로 지도를 검색한 뒤 서울대공원 주변에 수풀이 많은 걸 보고 유기 장소로 정했다”며 “시신을 잘 감추기 위해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살인 및 사체 유기 등 혐의로 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22일 범행 현장인 안양시의 한 노래방에서 현장 감식을 했다. 감식 결과 현장은 이미 깨끗하게 정리가 된 상태였다. 변 씨는 살균 소독제를 사용해 바닥에 묻은 혈흔을 지운 것으로 조사됐다. 살인 도구로 쓴 과도는 카운터 위에, 시신을 훼손할 때 쓴 공구는 의자 위에 말끔히 닦인 상태로 각각 올려져 있었다.

변 씨는 지난해 노래방을 인수한 뒤 노래방에서 홀로 숙식을 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변 씨는 범행 이후 노래방 영업을 중단한 채 ‘휴가’라고 적힌 A4용지를 붙여두고 안에서 생활했다. 시신 유기를 한 이후에도 쏘렌토 차량을 타고 다니다가 21일 서해안고속도로 서산휴게소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인근 상인들은 변 씨가 내성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성격인 것으로 기억했다. 한 상인은 “노래방 근처에 잠깐 차를 세워뒀는데 폐쇄회로(CC)TV를 보고 뛰쳐나오더니 ‘차를 당장 빼라’고 소리를 질러 말다툼이 벌어질 뻔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근 가게 업주는 “변 씨가 ‘노래방 장사가 안돼 낮에 다른 직장에 다니며 투잡을 뛴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며 “11일부터 ‘휴가’라고 써 붙이고 계속 문을 닫아놨기에 다른 일을 하다 사고가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과천=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과천 토막살인사건#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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