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해, 공모 인정 안돼”… 2심서 공범 무기징역→13년 감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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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범엔 1심과 같은 20년刑… “살해지시 받았다는 주범 진술 의심”
재판부, 공범에 살인방조죄 적용

“피고인 김○○ 양(18)에게 징역 2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30년 부착을 선고한다. 박○○ 씨(20·여)에게는 징역 13년을 선고한다.”

30일 오후 2시 40분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가 형량을 선고하자 방청석에선 “아∼” 하는 탄식이 나왔다. 주범 김 양에겐 1심과 같은 법정최고형(징역 20년)이 내려졌지만, 공범 박 씨는 1심 형량인 무기징역에서 크게 감형된 징역 13년이 선고됐기 때문이다. 김 양은 범행 당시(지난해 3월 29일) 만 16세로 소년법 적용을 받아 법정최고형이 징역 20년이다. 선고 후 연두색 수의를 입은 김 양과 박 씨는 빠르게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날 김 양과 박 씨는 404호 법정 피고인석에 나란히 섰다. 피고인석 의자 3개 중 가운데 의자를 비워두고 양쪽 의자에 앉은 채 서로에게 거리를 뒀다. 선고가 진행된 40분 동안 두 사람은 단 한 차례도 상대방을 쳐다보지 않았다. 검사, 변호사는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 씨는 재판부에 눈을 떼지 않으며 선고를 경청했다. 감형을 기대하는 듯 보였다. 재판부는 수차례 “유족들이 심한 고통을 받으며 살고 있다”고 질책했고 박 씨는 그때마다 고개를 푹 숙였다. 마침내 재판부가 감형된 형량을 선고하자 박 씨 얼굴에 살짝 화색이 돌았다.

반면 김 양은 시종일관 무덤덤했다. 양손은 깍지를 낀 채 피고인석 책상에 올려놓았다. 고개는 푹 숙였다. 눈을 자주 깜빡였고 때론 두 눈을 감았다. 재판부가 1심과 같은 법정최고형을 선고할 때도 김 양은 전혀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방청석엔 피해 아동이 살았던 지역주민 10여 명이 나왔다. 이들은 선고 내내 손수건이나 휴지로 눈가를 훔쳤다. 두 손을 꽉 쥐고 재판을 바라보기도 했다. 피고인 가족은 박 씨의 모친만 보였다. 박 씨의 모친은 방청석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선고를 들었다. 김 양의 가족은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 유족도 없었다.

1심 재판부는 김 양과 박 씨가 살인사건을 같이 저질렀다고 보고 둘 모두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김 양에게는 살인죄를 적용했지만, 박 씨는 살인사건에 가담하진 않고 살인을 방조한 것이라며 살인죄가 아닌 ‘살인방조죄’를 적용했다. ‘박 씨가 사람을 죽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한 김 양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양은 박 씨가 자신에게 잔인한 인격을 만들어줬고 잔혹성을 이용해 범행하게 했다고 진술하지만, 박 씨는 김 양의 요구에 응답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재판#살인방조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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